‘한서’

반고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역사·각 권 2만5천 원∼3만2천 원

중국 후한(後漢) 시대 학자·역사가·문학가 반고(班固·32∼92)가 편찬한 전한 시기 역사서 ‘한서’(漢書) 완역본(21세기 북스)이 국내 최초 완역 출간됐다.

한 고조 유방부터 왕망이 신(新) 왕조를 수립할 때까지 230년 전한(前漢)의 역사를 100권에 담은 ‘한서’는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와 함께 중국 역사서의 모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한서(後漢書)’를 지은 범엽(范曄)은 “사마천의 글은 직설적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며, 반고의 글은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사기색은(史記索隱)’을 지은 사마정(司馬貞)은 “‘사기’는 반고의 ‘한서’에 비해 예스럽고 질박한 느낌이 적기 때문에 한나라와 진(晉)나라의 명현(名賢)들은 ‘사기’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명(明)나라 때까지 이어져 학자 호응린(胡應麟)은 “두 저작에 대한 논의가 분분해 정설은 없었지만, 반고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 대략 열에 일곱은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서’는 품격 있고 질박한 문장과 풍부하고 상세한 서술로 역사가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당대 지식인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반고의 잘 다듬은 문체 덕분에 문학적 가치는 ‘사기’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나라 작가 양만리(楊萬里)는 “이백의 시는 신선과 검객의 말이며, 두보의 시는 선비와 문사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문장에 비유하자면 이백은 곧 ‘사기’이며, 두보는 곧 ‘한서’”라고 평했다.

‘한서’(漢書) 완역본은 모두 10권이다. 제왕의 행적을 정리한 본기(本記) 1권, 역사 흐름을 연표로 나타낸 표(表) 1권, 주제별 역사를 서술한 지(志) 2권, 인물을 집중적으로 논한 열전(列傳) 6권으로 구성된다.

번역은 일간지 기자 출신 고전 번역가인 이한우 논어등반학교 교장이 했다. 역자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정제된 문장으로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고증해가며 최대한 원서에 가깝게 풀어냈다. 그는 서문에서 ‘한서’를 번역한 이유에 대해 “우리의 역사적 안목과 현실을 보는 시야를 깊고 넓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일본에는 ‘한서’가 완역됐는데, 우리는 열전 일부만이 편집된 채 번역된 현실이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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