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br>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먹지도 않은 족발사진을 SNS에 올린 국회의원 당선자가 사과를 하고 사진을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족발가게들로 유명한 선거구 지역에서 서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당선되면 1주일에 한 번씩 들러 족발을 먹겠다’는 공약을 성급히 이행하려다 자초한 망신이었다. 물론 직접 그 족발 가게에 들러 음식을 먹었지만 해당 사진은 보좌관의 보고를 믿고 남의 사진을 올렸다며 정중히 사과했다.

역시나 정치는 쇼의 일종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직장인이나 서민에게 사랑받는 족발이 얼떨결에 본의 아니게 정치에 소환된 것 같다. 서울의 장충동 족발은 한국 족발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다. 원조의 원조 경연이 이어지고 있는 장충동 족발골목. 한국 전쟁당시 피난민이었던 분이 북한의 족발과 중국의 오향장육 조리법으로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한다.

실향의 아픔과 그리움을 족발 한 점으로 달랬을 것으로 생각하니 손발 잘린 돼지의 아픔(?)보다 더 짠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새우 장에 찍은 족발 고기 한 점을 상추쌈에 말아 꼭꼭 씹어 삼킨 뒤 소주 한잔으로 입을 가시는 소소한 식도락 일상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재료로서 손색이 없다. 임산부들의 모유분비를 촉진시키고 여성의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장수를 비는 국수와 건강을 비는 족발로 생일상을 차린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와 즐겨 먹는 삶은 돼지정강이 부위 고기인 ‘아이스바인’이 우리의 족발과 흡사하다.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서 강력형사들의 시간은 분주해진다.

사건관계인, 기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형사들은 용의자 추적, 상부보고 등 끼니를 거른 채 밤을 지새우기 십상이다. 어느 경찰서 강력반 사무실. 밤늦은 시간에 야근으로 끼니를 거른 부하직원들을 위해 형사반장이 검정 비닐봉투 하나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선다. 늦은 시간 반장의 출현에 형사들은 피곤한 눈총을 쏘며 반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막내 형사가 반사적으로 비닐봉투 꾸러미를 받아든다. 그리고 봉투를 벌린다. 야근하는 부하를 위해 야식을 챙겨온 상사에 대한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동료들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 외친다.

“반장님 웬 족발입니까?” 머뭇거리던 반장이 한마디 던진다.

“글쎄, 왼쪽발인지 오른쪽발인지 잘 모르겠는데 맛은 있을거야”

반장의 썰렁한 한마디에 장내는 족발 같은 구수한 웃음과 함께 밀려오던 피곤을 잠시 떨치게 되었다. 정치가 오른쪽, 왼쪽과 같은 편 가리기에 너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념논쟁 속에 정작 국민의 가려움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할까 걱정이다. ‘왼쪽발인지 오른쪽발인지 모르겠지만 맛은 있을 거야’라고 했다는 형사반장의 말이 자꾸 되뇌어진다. 어떤 이념도 국민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보다 앞설 수 없다. 퇴근길에 족발 하나 사가야겠다. 소주 한잔 곁들여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제 혼자 지나가는 봄바람 붙들고 세상다리 건너가는 얘기나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