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얼핏 쳐다 본 TV에 ‘김정은 사망설’이란 자막이 보여 깜짝 놀랐다. 요즘은 워낙 가짜뉴스가 넘치는 터라 웬만한 뉴스는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고 마는데, 북한의 소식에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유고에 관한 뉴스에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사망설, 중태설, 식물인간 상태 등의 설들이 난무하는가 하면 근거 없는 뜬소문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의 특이 동향 없음”을 공식화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김정은의 안위에 대하여 몇 차례나 언급했지만, 분명한 건 폐쇄국가인 북한의 수뇌부 사정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니, 학창시절에는 철저한 반공교육으로 인하여 북한에 대한 적대감이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해마다 열린 반공웅변대회에서 연사들은 치를 떨며 북한을 성토했고, 주적인 북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학교 교육과정에도 ‘교련’이란 교과를 편성하고 학도호국단을 조직하여 군사교육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갈등과 대립 구도의 반공교육이 아니라 상생의 통일안보교육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남북 간의 평화 공존을 위하여 남북정상이 마주 앉았고, 특히 한반도의 비핵화를 기대하며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남북 철책의 상징적인 시설물이 철거되기도 하여 높기만 하던 남북 간의 장벽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듯 하였으며, 은둔의 왕국이던 북한의 30대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아주 높아지기도 했다. 북한 지도자에 대한 호감의 팔할은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였겠지만, 그의 활짝 웃는 모습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믿는다. 독특한 헤어스타일, 비대한 몸집, 너무 젊은 나이 등이 절대 권력자의 면모와는 영 매칭이 되지 않았으나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이 모든 것을 너끈하게 덮었고, 오히려 호감까지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석가모니의 ‘화안시(和顔施)’가 따로 없을 듯하다. 이후 북미협상의 교착으로 로켓을 연신 쏘아대는 그의 모습은 딴 판이 되고 말았지만.

어떤 이가 석가모니에게 물었다.

저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으니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요?

그것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라 남에게 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느니라. 무재칠시(無財七施), 가진 것이 없다 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있는 법이다. 첫째는 화안시,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대하는 것이요, 언시, 심시, 안시, 신시, 상좌시, 찰시이니라. 이 일곱가지를 늘 행해서 습관으로 굳히면 네게 행운이 따르리라.

종교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여 신심을 말하기는 부끄러우나 절실하면 저절로 기도가 됨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막내 동생이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생사까지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을 때 난생 처음으로 간절한 기도가 되었고, 큰 슬픔에 빠졌을 때 보경사 법당을 찾아 삼배를 올림으로써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경험이 있으므로.

이제 곧 부처님오신날이다. 부처님의 가피가 온 세상에 가득히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