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입지 평가 임박
포항시·각계 총력전 나섰지만
타지역 사활 건 분위기엔 ‘열세’
중앙 정부와 소통 창구도 ‘열악’
道, 불리한 선정기준 집착 말고
장점 부각 적극적 공세 나서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신청 지자체들이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서고 있지만, 포항 유치를 신청한 경북의 움직임은 힘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4·15 총선에서 통합당이 대구 경북지역을 석권하면서 범여권 소통창구가 없어진 마당에 경북도와 포항시는 더욱 세밀하고 치밀하게 유치전략을 수립해 유치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6면>
하지만, 경북도는 코로나사태에다 안동 산불 등 대형 재난이 겹치며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방사광가속기 포항유치전은 더욱 위기속에 내몰리고 있다.
유치신청을 한 경쟁 지자체들이 현지 실사를 앞두고 유치서명운동을 벌이고 유치 당위성에 대한 포럼을 개최하는 등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것에 대비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위원회는 27일 국회 본관 앞에서 범국민 서명 230만명 돌파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에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을 촉구한 호소문을 전달했다. 유치 위원회는 호소문에서 “600만 호남인의 염원과 국가 균형 발전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담긴 범국민 서명이 230만 명을 돌파했다”며 “국가 연구개발 비중 전국 최하위 수준인 호남의 연구역량이 개선돼야 한다. 국가 대형연구시설의 충청 영남 편중 해소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부터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21대 국회의원 호남권 당선인 28명이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는 등 지금까지 200여개 기관 단체가 유치 지지에 나서고 있다.
충남·북과 대전, 세종 등 충청권 4개 시·도의회 역시 27일 오전 충북도의회에서 방사광 가속기 충청권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충청권이 국가 발전을 선도하고 융복합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방사광 가속기가 청주 오창에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청권 대학·전문대학 협의회장들도 이날 충북도청에 모여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충북 유치를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도 입장문을 통해 “정치인들은 부당한 개입과 영향력 행사를 즉각 중지해야 하며 정부는 투명하게 최적의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경북도는 방사광가속기 포항유치활동이 거의 미약하다. 일각에서는 경북도가 일찌감치 가속기 포항유치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포항시는 그동안 입지 조건 제한으로 기존 가속기 옆 부지에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점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와 관련해 27일 경북도는 “사업비 절감 및 사업 기간 단축 등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입지 면적 조건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해달라는 건의서를 과기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달 6∼7일 선정평가와 현장 확인 및 최종평가를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이미 확정된 조건 변경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한 관계자는 “이제는 입지선정 기준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포항의 기존 기술인력 200명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해야 한다”며 “이는 기존 부지가 아니라 대체 부지로 선정한 블루밸리산단도 충분히 가능한 이점이다”고 주장했다.
포항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은 제21대 총선에서 정부와 여당을 연결시켜줄 소통창구를 모두 잃어버렸다. 대구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유치활동에 나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아직까지 그런 움직이 전혀 없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역 대학관계자는 “21대 국회의원 호남권 당선들이 연대해 방사광가속기 지역 유치 대정부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유치활동을 주도하고 있는데 경북도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포항시의 한 관계자는 “포항은 1995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 이후 25년여 간 가속기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가 축적된 국내 유일의 최적지라는 당위론에 앞서 대구와 경북지역의 지도자들이 유치전에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정치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