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반도나그네쥐 레밍은 개체 수가 급증하는 경우 집단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합니다.

맨 앞 쥐들이 뛰기 시작하면 따르는 쥐들이 덩달아 뛰기 시작합니다. 뛰다 보면 왜 뛰는지 이유를 더 이상 묻지 않고 뛰는 일에만 열중합니다. 맨 끝에 절벽이 있어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뛰어내리다 모두 죽습니다.

디즈니에서 만든 하얀 광야(white wilderness)라는 다큐멘터리는 1958년 아카데미상을 받습니다. 레밍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포착해 화제가 되었지요.

우리 사회는 유독 이런 쏠림 현상이 심합니다. 어떤 업종이 잘 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일이 흔합니다.

98년에는 조개구이, 2001년에는 찜닭 열풍이, 연이어 저가형 참치 전문점, 시들해지면 닭강정이 유행합니다. 2010년 불어닥친 카페 열풍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에만 6만 개의 카페가 영업 중입니다.

먼저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질주하는 인생. 기득권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대중들의 모습입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슴 설레는 진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누리지도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리는 질주의 끝은 허무하고 황당한 결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인 반칠환은 이렇게 묘사합니다.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 /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 나를 멈추게 한다 (중략) / 나는 언제나 /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 다시 걷는다.”

질주하는 삶에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시인은 일침을 가합니다. 디테일은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전 인류적인 브레이크를 경험한 2020년,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에 밝은 면도 없지 않았으면 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