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사스(2002년)에서 신종플루(2009년)까지 8년, 신종플루에서 메르스(2015년)까지 7년, 메르스에서 코로나 19(2019년)까지 5년! 코로나19에서 다음 바이러스가 유행하기까지는?”

이 글은 ‘학생 중심 온라인 수업 모델 개발의 필요성’이라는 필자 글 서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글에서 보는 것처럼 바이러스 유행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의료와 방역 시스템을 비롯해 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많은 사회 체제들이 정비되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대한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이 교육시스템이다.

필자는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온라인 수업 일지를 적고 있다. 또 다른 학교의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몇몇 온라인 수업 유형은 절대 학교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다음은 어느 교사들의 대화이다. 이야기 전에 이 글은 전문 직업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함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그쪽 학교는 온라인 수업 어떤가요?” “과제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뭣합니까?” “단체로 교무실에서 전화로 학생들의 출석 등을 확인합니다. 콜센터 선생님 같습니다.”

콜센터라는 말에 대화에 참여한 모든 교사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피었다. 교실에서 수업해야 할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단체로 전화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란? 그런데 이런 낯선 모습이 연출 된 것은 많은 교사가 온라인 수업 유형 중에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들 수업에는 학교 수업 교사는 없다. 학교 교사 자리에 EBS 강사와 과제가 들어갔다. 이것이 교사들이 분필 대신 전화기를 들게 된 이유이다. “수학이 계산한 암울한 미래 ‘가을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뉴스대로라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느슨하게 하면 올해 가을에는 2차 코로나 대유행이 온다. 그럼 그때도 온라인 수업을 할 것이 뻔하다. 과연 그때도 지금과 같은 교사 출근용 온라인 수업을 할 것인가?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더 그렇다. 필자가 신규 선생님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의 첫 수업이 선생님의 정년 퇴임 때의 마지막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지켜본 건 결과 학교의 처음은 대부분 그대로 틀로 고정된다. 대표적인 것이 수행평가이다. 수행평가가 처음 도입된 2000년대와 현재의 수행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수행평가는 지금이 훨씬 심하다.

온라인 수업에 갈팡질팡하는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이 있다. 이양연의 야설(野雪)이다. “눈을 뚫고 들판을 지나갈 때/모름지기 이리저리 어수선히 가지 마라/오늘 아침 내가 간 발자취는/결국 뒷사람이 따라갈 길을 만드는 것이니! (穿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朝我行迹 遂作後人程)”

5월에는 콜센터 선생님 대신 학교 선생님이 교실에서 수업다운 수업을 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