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워즈’ 9부작

영화 ‘스타워즈’ 포스터.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일단락 됐다. 1977년 시작돼 2019년까지 이어졌던 42년의 장대한 대서사시가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3대에 걸쳐 오래전 언제인가 알 수 없는 은하계를 종횡무진했던, 과거로부터 전승돼왔던 이야기의 마무리였다.

총 9편이 제작된 ‘스타워즈’시리즈는 1977년 오리지널 시리즈 3부작과 1999년부터 오리지널 시리즈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3부작을 선보인다. 그리고 디즈니가 루커스필름을 인수한 2015년에 오리지널 시리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 3부작을 시작해 ‘2019년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막을 내린다.

42년의 시간은 인간의 나이로 중년을 맞는 시기다. 이 시간 동안 제다이와 시스, 제국과 반란군의 이항대립으로 전형적 신화의 연대기가 이어져왔다. 그 속에 성장의 과정과 출생의 비밀이 삽입되며 선과 악의 선택 기로에 선 주인공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영화 ‘스타워즈’의 뼈대를 이루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조는 ‘포스’라는 힘의 근원에서 출발한다. 제다이와 시스가 스타워즈 세계의 대립항이지만 이들은 ‘포스’라는 하나의 힘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제다이는 은하의 균형과 평화를 위해 ‘라이트 사이드 포스’를, 시스는 포스의 어두운 면을 통해 스스로의 욕망을 성취하는데 ‘다크 사이드 포스’를 사용한다.

포스를 사용하는 제다이가 다크포스에 물들어 타락하면 ‘시스’, 다크제다이가 된다. 하나의 힘에서 나와 그 힘의 어느 면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은하계에서 그의 행보가 달라지고 행해야할 임무가 달라진다. 은하계의 평화를 위할 것인가 나의 욕망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평화와 열망의 선택에 의해 하나의 힘이었던 포스는 갈라진다.

이렇게 볼 때 ‘포스’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돼 전승되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은하계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불안정한 것이다.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그의 위치가 달라진다. 제다이에서 시작해 시스로 전이되는 과정이 영화 ‘스타워즈’ 9부작의 시리즈마다 등장한다. 간단하게 영화 ‘스타워즈’의 42년은 포스에서 시작된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요약된다. 이 대결구도 속에서 ‘스타워즈’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출생의 비밀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선의 상징인 제다이가 악의 상징인 시스를 처단하는 과정 속에서 선과 악의 혈연관계가 드러나고 종국에 가서 그 꼬이고 꼬인 선과 악의 연대기가 혈연의 관계 속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늘 영화 ‘스타워즈’는 은하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상 영화 속에서 은하계는 그 일부며, 포스의 어느 쪽에서 서 있지 않은 대부분이 은하계를 구성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속에서도 은하계는 넓고 넓은 다양한 존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 넓고 광대한 은하계에서 포스의 밝고 어두움과 상관없이 그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채로운 존재들이 잠깐씩 등장하곤 했었다. 제다이와 시스가 머물다 간 자리마다 황폐해지거나 폐허가 됐다. ‘평화’와 ‘욕망’이라는 명분을 위해서 그들의 기나긴 우주전쟁이 이어졌지만 광활한 은하계에서 그 사건은 자잘한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3대에 걸친 연대기는 제다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푸른 광선검과 붉은 광선검의 싸움에서 푸른 광선검은 명맥을 유지하며 계승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히어로와 빌런을 탄생시키며 시리즈를 확장하는 영화들의 행보가 아니더라도, 포스의 활용에서 기인한 불안정성이 늘 존재하기에 그 불안정성에서 탄생할 존재들이 언제든 출연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자아가 욕망을 어떻게 제어하는가에 따라서 포스의 밝음과 어둠이 존재하는한 ‘스타워즈’시리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그때 당신에게 ‘포스가 함께 하시길.’

/문화기획사 엔진42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