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긴급재난지원금이 드디어 물꼬를 찾았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에 재정부담을 걱정하며 반대하던 기획재정부가 손을 든 결과다. 정부·여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되 ‘자발적 기부’를 독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해법을 찾은 듯하다. 그러나 ‘지원금’이라면서 ‘기부 독려’라는 정책 딱지를 붙이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국민 자존심을 건드리는 도발이기도 하다. 민심 강요는 삼가야 한다.

국회는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본회의 처리 후 5월 지급 목표’에 따라 속도감 있게 추경 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래통합당도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식 등은 꼼꼼하게 살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추경 처리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당초 재난지원금 예산을 9조7천억 원(2조1천억 원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잡고 7조6천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당정이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 합의안을 만들면서 소요예산이 14조3천억 원으로 뛰었다. 늘어난 3조6천억 원은 국채발행으로, 1조 원은 세출조정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적자국채로 충당한 현세대의 빚은 미래세대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

결정 과정에서 국가재정의 최후 보루인 기획재정부의 위상은 상당히 흠집이 났다. 특히 “공직사회는 잡음을 내지 말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단속에 모든 공직사회에서 실적경쟁 조짐 등 사실상 반강제적 기부운동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내부 불만 요소가 발생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기부금으로 돌려받겠다는 도덕적 부담을 주는 사족은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그것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발적인 선택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갈등이 확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모든 계층을 망라하는 ‘기부금 갈등’까지 보태질 개연성이 높아져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