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br>인문글쓰기 강사·작가<br>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조삼모사는 중국 고대를 배경으로 한 교훈적인 이야기다.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내자, 순서를 바꾸어 아침에 네 개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좋아했다는 내용이다. 이 고사는 주인의 교묘함을 비난하는 이야기로 보기도 하지만, 주로 원숭이를 조롱하는 이야기로 인용된다. 어차피 똑같이 일곱 개인데, 아침 저녁 순서를 바꿨다고 좋아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이 고사의 교훈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다가 최근에 한 가지 일을 겪고 나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4, 5년간 건강이 좋지 않아서 조심하며 살았는데, 정말 다행히도 컨디션이 나아져서 작년 11월부터 운동을 조금씩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스쿼트 10번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만에 60번씩 하게 되었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겨 스쿼트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실내자전거를 타고 스쿼트를 해보니 잘 되어, 훌라후프를 추가했다. 훌라후프, 실내자전거, 스쿼트 순으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스쿼트가 잘 안 된다.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실내 자전거, 스쿼트, 훌라후프로 순서를 바꿔보았다. 그러자 스쿼트 하기도 쉽고 훌라후프를 더 많이 돌려도 거뜬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정도는 운동도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정도의 운동도 엄청난 사건이 될 수 있고,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발견까지 한다. 실내 자전거를 타고 스쿼트를 하면 스쿼트가 더 잘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흥미진진했지만, 운동 같지도 않은 훌라후프 때문에 스쿼트 하기가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마치 과학적 발견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조삼모사 고사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훌라후프를 먼저 돌리느냐 나중에 돌리느냐에 따라 스쿼트 60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같은 동작이라도 순서를 바꾸면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 원숭이 역시 똑같은 도토리 일곱 개라도 아침저녁으로 세 개 네 개 순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도토리 효용이 다르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조삼모사와 조사모삼은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같을 수도 있지만, 원숭이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넓은 생각도 덤으로 얻었다.

한때 아침 식사를 안 해야 건강에 좋다는 조식 폐지 주장이 대세인 때도 있었지만, 요즘엔 아침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한 것 같다. 어쩌면 원숭이들이 일찌감치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른다.

사족 하나, 아침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대에도 여전히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닌 것 같다. 1일 1식이나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아침을 안 먹는 사람도 있고 저녁을 안 먹는 사람도 있다. 획일적으로 어느 방식이 옳다고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