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산불, 40여 시간 만에 진화
임야 800㏊ 비롯 주택·축사 등
축구장 1천140개 면적 ‘잿더미’
주불 진화 확인 않고 헬기 철수
도로공사 뒤늦은 도로 통제 등
당국 초기대응 실패 지적 나와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발생 40여 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산림 당국의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5면>

26일 경북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사흘동안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산불의 진화가 완료됐다. 전날 큰 불길이 집힌 뒤 강한 바람으로 불씨가 다시 살아났던 실패로 인해 이날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를 비롯한 산불진화대원들은 어둠이 내릴 때까지 잔불 정리에 전력을 기울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남후면 단호1, 2리를 비롯해 무릉리, 검암리, 고하리, 개곡리, 고상리, 상아리, 하아리, 마애리 등 10여 개 마을의 임야 800㏊(경북도 추정)가 불에 탔다. 이는 축구장 1천140개 크기의 면적에 달한다. 또 주택 4채와 창고 3동, 축사 3동(돼지 830여 마리 폐사), 비닐하우스 4동 등 건물 13곳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로 인해 대피했던 주민 1천200여 명도 대부분 귀가했다.

아울러 전날 산불로 통제됐던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서안동IC 구간 양방향 차량 통행이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재개됐다.

다행히 산불 진화는 완료됐지만 일각에선 이번 산불 피해가 컸던 이유로 바람의 영향도 있었지만, 산림 당국의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날 정오에 산림 당국은 주불 진화를 완료하고 잔불 진화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두 시간여 뒤인 오후 2시 30분께 강풍으로 재발화했다. 불은 인근 남후면 단호리 지역으로 확산, 검암리까지 퍼졌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가 안동시 전체를 뒤덮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시민들은 지난해 4월, 닷새간의 강풍으로 1천227㏊ 산림 및 752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강원 고성·속초 산불을 연상하며 불안해 했다.

더욱이 불이 난 지역 간 직선거리는 불과 3∼4㎞이지만 소방차량을 비롯한 장비가 접근하려면 수십㎞를 돌아가야 한다. 아울러 산세가 험해 소방장비와 인력 접근도 어렵다. 이 때문에 헬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전날 산림 당국은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며 헬기를 비롯해 진화 인력을 철수시켰다. 이 때문에 산불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시민 권모씨(43)는 “주불 진화를 완료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눈에 띄게 헬기가 줄어들었다”면서 “헬기의 역할이 중요한 이때 산림 당국이 재발화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채 선급하게 철수시킨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씨(32·여)는 “안동 산불이 대규모 피해를 낸 데는 초기대응의 실패와 산림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한국도로공사의 뒤늦은 도로 통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날 불은 중앙고속도로 옆 야산까지 옮겨붙으면서 오후 6시께 안동휴게소 대구방면 3㎞ 구간 교량 위는 수백 대의 차량이 멈춰선 채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도로공사와 경찰은 그제야 부랴부랴 서안동 IC에서 남안동 IC 15km 구간을 통제했다.

앞서 산림청 관계자는 도로통제 1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 25분께 도로공사에 산불 확산을 우려해 이 구간을 통제해 줄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은 도로 통제에 도로 곳곳에선 미리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도로공사와 경찰들에게 불만 섞인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다.

3시간 째 꼼짝없이 도로에 갇힌 운전자 박모씨(37·대구시)는 “고속도로 출구인 서안동IC에서도 산불 연기가 보였는데 왜 미리 통제하지 않았느냐”면서 “우회도로도 없는 도로에서 하마터면 차량에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지난해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 상황을 반영해 구축한 산불 비상체제 메뉴얼에 대한 준수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손병현기자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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