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장관 현장 찾아 “조속 진화 총력”
세계유산 ‘병산서원’ 소실 위기 벗어나

지난 24일 오후 안동시 풍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26일 새벽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야산으로 번져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안동시 풍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26일 새벽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야산으로 번져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있다.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불이 완전히 꺼질 줄 알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더니 또다시 붉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이런 공포는 태어나서 처음입니다.”

안동시 남후면 단호리 한 마을주민이 긴급안전문자를 받고 급히 지정 대피장소인 마을회관으로 가던 중 몸서리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26일 새벽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에 잠을 못 이룬 주민들이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26일 새벽 안동시 남후면 고상리에 잠을 못 이룬 주민들이 불길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3시 39분께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확산하면서 직선거리로 5∼6㎞ 이상 떨어진 남후면 고하·단호·무릉·검암·개곡리까지 번졌다. 불을 끄기 위해 헬기 수십 대가 하늘을 날며 연신 물을 뿌려댔다.

26일 경북도와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산불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임야 800㏊와 주택 3채, 창고 2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 등 건물 13곳이 불에 탔다. 아울러 경북도 산불방지대책본부는 이날 2시 30분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고 밝히고 잔불 진화에 나섰다.

산림 당국은 사흘째 이어진 산불이 모두 진화한 뒤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할 예정이어서 이후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불에 탄 농기계와 창고가 지난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26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불에 탄 농기계와 창고가 지난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 안동 산불 이재민 1천270명 대피… 현재 모두 귀가

이번 산불로 인한 대피 이재민은 1천270여 명으로 안동시는 이들 가운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어린이, 외국인 노동자 등 300여 명을 청소년수련원과 도심 숙박 시설로 대피시켰다. 또 다른 주민들은 지정된 대피장소나 친인척 등의 집에 머물렀다.

앞서 그제 대피령이 내려졌던 풍천면 인금리와 남후면 하아리 지역의 주민들은 민가에 피해가 없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마을의 주민 권모씨(91)는 “불이 난 뒤에 대피하라고 해서 급하게 대피했는데 집에 두고 온 것이 있어 다시 들어가려니 소방관이 만류했다”면서 “다행히 집에 불이 붙지 않아 괜찮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전날 안동시는 남후면 고하리와 단호2리, 무릉리, 검암리, 개곡리 주민에겐 대피령을 풍천면 계평리와 회곡리 등에는 안전 주의 문자를 각각 발송했다.

산불이 맹위를 떨친 풍천·남후면과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풍산읍 계평·회곡리는 주민들은 ‘혹시라도 불이 강을 넘어 옮겨붙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편, 26일 현재 경북도와 산림 당국의 주불 진화 완료 소식에 주민 1천270명에게도 귀가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 25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한 축사 앞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한 축사 앞에서 119 소방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산불 피해 커지자 장관 등 지역 인사들 방문과 온정의 손길 이어져

안동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26일 오전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형동 국회의원 당성인, 권영세 안동시장, 지역 시·도의원들이 산불 상황본부가 설치된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 선사유적단지 주차장을 찾아 산불진화 대원들을 격려했다.

우선 진영 장관은 이날 새벽 1시 45분께 이곳을 찾아 박종호 산림청장으로부터 산불 상황과 진화전략을 듣고 산불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산림청을 비롯해 군·경· 소방, 지자체 등 산불 관계기관이 모두 협력해 안전하고 조속한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형동 국회의원(안동·예천) 당선인, 권영세 안동시장 등도 차례로 방문해 산불진화 대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안동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 등 진화인력을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난 25일 저녁 안동로타리클럽(회장 류상익) 회원 10여 명이 현장통합지휘본부를 찾아 생수 1천 병을 비롯해 컵라면 60박스, 전기온수기, 커피, 양말 등을 지원했다. 아울러 이들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다음날인 26일엔 경북지구청년회의소(지구회장 김원섭)에서 생수 5천 병을 안동시에 전달했다.
 

26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한 축사가 잿더미로 변해있다.
26일 오후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의 한 축사가 잿더미로 변해있다.

◇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화마 벗어나

안동 산불 발생지역과 인접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병산서원(屛山書院)과 하회마을이 소실 위기에서 겨우 벗어났다.

문화재청은 산불이 이들 문화재 인접한 곳까지 접근하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방재 활동을 펼치며 문화재 보호작전에 돌입했다.

24일부터 안전상황실을 운영하고, 경북도·안동시 등과 협력해 소방차 2대와 인력 30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어 25일 이후에는 산불이 병산서원 코앞 건너편 산림까지 번지자 헬기 등을 동원해 서원 주변에 여섯 차례 물을 뿌렸다. 대기하는 소방차는 5대, 인력은 45명으로 늘렸다. 아울러 산불이 서원 근처까지 오면 현판 등 동산문화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다행히 산불은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 북서쪽 낙동강 건너편에 있는 이들 문화재는 소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손병현기자, 사진 이용선 기자

    손병현기자, 사진 이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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