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에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나타났던 한둘은 뽑아주자는 영호남의 ‘낭만’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구가 아끼는 합리적 진보정치인 김부겸이 안타깝게 낙선한 후 “다시 툭툭 털겠다”고 말해 의지를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어 다행이다. 그러나 김부겸이 호남의 지역주의 강화 문제점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통합당의 호남지지율 평균 4%의 ‘악마의 주술’도 함께 심각하게 말해야 맞다. 그래야 진정한 대선 후보감 아니겠는가.

김부겸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온 사실과 함께 “보란 듯이 일어서겠다”면서 “영남에 똬리를 튼 보수 1당 체제를 깨기 위해 다시 싸우겠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대구 민심에는 통합당이 ‘우리당’이라는 귀속의식이 아주 강하다”고 분석했다. 김부겸은 그러면서 “젊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구 민심도 이런 부분에선 통합당을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미래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호남을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호남 관문을 완강하게 지키고 있던 두 마리의 사나운 사냥개를 생각하면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맹견 앞에 자리한 또 한 마리의 맹견 민생당의 으르릉거림에 지레 겁먹었을 것이다. 그랬든 어쨌든 미래통합당이 호남선거를 포기한 것은 용렬한 패착이었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낙선한 통합당 천하람 후보는 3%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39.3%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부겸이 대구의 문제점을 말하려면, 통합당의 호남지지율 이야기도 함께 해야 맞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84.05%라는 전국최고의 지지를 보낸 광주 광산을의 민심도 함께 지적해야 옳다. 온 세상이 호남의 1당 체제는 내버려 두고, 영남의 민심만 갖고 떠들어대는 판이다. 지역주의가 마치 영남만의 문제인 것처럼 끌고 가는 것은 정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니다. 혹여라도, 행자부 장관 출신의 김부겸이 킹콩이 돼버린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눌려 ‘합리적 진보’의 결기를 영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