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아직 그 기원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그해 초여름 미국의 한 병영캠프에서 독감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 주목을 끌지 못하다 그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세상의 이목을 모았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국으로 귀환하던 미국 병사의 병영캠프가 전염원이 됐을 것으로 본다. 캠프에 모여 각지로 귀향한 병사가 전파자 되어 전 세계로 번졌을 것이란 짐작이다. 이 독감은 다음해까지 창궐하면서 2년 동안 적게는 2천500만 명에서 많게는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았을 것으로 본다. 당시 1차 세계대전 전사자가 900만 명이었던 사실과 비교해 보면 독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 최대 재앙이다. 내용으로 보면 미국독감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당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언론이 독감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란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총독부 통계에는 당시 조선인 인구의 거의 절반인 742만 명이 감염됐고 13만9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중국에 거주한 김구 주석도 이 독감에 걸려 간신히 회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식품안전국(FDA)은 코로나19가 오는 11월쯤 다시 발생해 내년 3월까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2차 대유행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4월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만 명을 육박한다. 엄청난 인명피해로 전세계는 충격에 빠져 있다.

의료계의 2차 대유행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2년에 걸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