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메스너는 산을 오르며 사색한 생각들을 정리해 책을 씁니다. 이미 20권 이상의 책을 쓴 문필가입니다. 그의 책 ‘검은 고독 흰 고독’의 일부입니다.

“가파른 암벽을 오른다. 숨이 가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온몸이 마비된 듯하다. 싸늘한 텐트 속인 데도 몸에서 땀이 난다. 머리 위로 보이는 엷은 텐트 천에 서리가 엉겨 있다. 혼잣소리를 질러 보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공포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무서움 때문에 계속 소리를 지르고 싶다.”

저는 한때 히말라야 등반하는 산악인들을 보면서 측은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굳이 목숨까지 걸어가며 그곳에 올라가야 하는가? 좀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 헬리콥터를 타고 올라가면 간단할 것을 왜 그리 몸으로 기어올라가야 하는가? 이런 의문을 품었습니다.

답은 간단하게 나오더군요. 몸이 견디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헬기를 타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것은 기상 조건만 허락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정상에 내리는 순간 기압 차이 때문에 이내 허파에 물이 차올라 죽는다고 합니다. 자연은 손쉽게 얻고자 하는 이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 법입니다. 메스너는 고백하지요.

“인간이 살지 않는 지구 위의 별천지! 이 오지에는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숲과 야생화와 초원의 천국이다. 정상이란 산의 꼭대기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종점,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 만물이 생성하고 그 모습을 바꾸는 지점. 모든 것이 완결되는 끝이며 이곳은 자력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지금 어떤 산을 오르려 하고 있는가?” 조심스럽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늘 만만한 동네 뒷산에 만족하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한계를 긋는 나에게, 마땅히 올라야 할 미지의 최고봉은 어디일지 캐물어 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