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기 칠곡군수
백선기 칠곡군수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매점매석된 마스크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판매되거나 주문을 넣어도 취소를 알리는 문자가 날라왔다. 일시적인 품귀현상이 수요 폭증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26일부터 생산과 유통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고 3월 6일부터는 수출금지조치와 함께 마스크 구입 및 유통 비중을 전체 생산량의 80%까지 확대하면서 대한민국의 마스크 수급이 다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마스크 5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마스크 수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4월 27일부터는 공적 마스크 구매량을 1인당 3매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제는 어려운 이웃 국가를 돌아볼 여유까지 생기면서 6.25 전쟁 참전 국가에 총 100만 장의 마스크를 공급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발표까지 나왔다. 국민의 여론도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고통을 겪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해외 22개국 참전국 용사들에게 마스크를 보낸다는 정부 방침에 이의가 없는 듯 하다. 이러한 정부 발표에 앞서 이미 칠곡군은 지난 22일부터 해외 참전국의 하나인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위해 자발적인 마스크 기부운동에 나섰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파견했다. 그것도 일반군이 아닌 황실 친위대 ‘강뉴 부대’였다. 이들은 에티오피아 육사 1·2기 출신의 최고 엘리트로, 한국을 돕기 위해 두 달 동안이나 배를 타야만 했다. 지구 반대쪽 낯선 나라를 돕겠다며 망망대해를 건너온 이들은 늘 최일선에서 싸웠고, 253전 253승이라는 기적과 같은 승전보를 안겼다. 한국땅을 밟은 에티오피아 참전 군인은 총 6천37명이었다. 이 가운데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단 한 명의 포로가 없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는 셀라시아 황제의 명령을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1974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을 도왔던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은 핍박을 받기 시작했고, 수용소와 같은 곳에서 꽁꽁 숨어 지내야만 했다. 이에 호국과 보훈을 도시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칠곡군은 2015년부터 경제적 지원은 물론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구한 새마을 운동을 에티오피아에 전파하고 2016·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초청해 그들의 무훈을 대한민국에 알리는 일에도 적극 노력했다.

또 낙동강세계평화문화 대축전에 에티오피아 홍보 부스를 마련해 전통 문화와 참전용사의 헌신을 전파하고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과 ‘문화·관광·보훈 분야 MOU’를 체결해 외교적 차원의 지원 방안도 모색해 왔다.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6천37명의 참전용사 희생과 헌신을 되새기기 위해 마스크 6천37장 기부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지난 22일 SNS를 통해 ‘6037을 아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지원을 위한 마스크 기부 동참을 호소했다. 또 스카프, 수건, 목도리 등으로 마스크를 대신한 에티오피아 6.25전쟁 참전용사의 안타까운 모습이 담긴 사진도 함께 올렸다. 70년 전 6천37명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듯이 이제 우리도 정성을 모아 6천37장의 마스크를 보내기 위해서다. SNS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리고 군청 로비와 8개 읍면 사무소에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마스크 기부함’을 설치했다.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두거나 가족을 위해서 아껴 두었던 마스크를 들고 수많은 주민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SNS에서는 에티오피아로 보낼 마스크를 기부한다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칠곡군이 자랑하는 28개 인문학 마을의 주민들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위해 재봉틀을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 익명으로 마스크 50장을 총무과로 보내는가 하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지체장애인도 330장의 마스크를 들고 군청으로 찾아왔다. 인근 도시인 대구는 물론 서울, 평택, 강화에서도 마스크 기부 동참 의사를 밝히는 분들도 나타났다. 지금 칠곡군민은 70년 전처럼 6천여 명이 함께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6037을 알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