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4·15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에 올랐던 게 바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였다. 돌이켜보면 대구지역에서는 홍 전 대표의 총선 무소속 출마 자체를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홍 전 대표가 출마한 대구 수성을 지역구는 지난 대선 때 이인선 후보가 당원협의회장을 맡아 홍 전 대표에게 대구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냈던 곳이다. 홍 전 대표가 이 지역에 출마할 결심을 굳힌 것도 그래서였으리라. 자신을 위해 뛰었던 후보가 공천을 받았는데, 당 대표와 대선후보까지 지낸 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니 홍 전 대표와 맞닥뜨린 이인선 후보 입장에선 배신감이 적지않았으리라. 그래서일까.

양측의 선거 열기는 무척 뜨거웠다. 총선 하루 전날 선거전이 한창이었던 대구 두산오거리에서 양측 선거관계자들을 만났다. 홍 후보 측은 “홍 전 대표를 국회에 보내야 대구·경북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주자를 낼 수 있을 것 아니냐”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통합당에서 무소속 출마한 후보의 복당을 절대 받아주지않을 텐데 대선후보로 뛸 수 있겠느냐”며 “전황이 어려운 수도권 등지에서 통합당 후보들을 지원함으로써 당에 기여한 뒤 대선에 출마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당시에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탈당자 복당 영구 불허’선언이 나온 상황이었기에 이 후보 측에 무게가 실렸다. 어쨌든 홍 전 대표는 38.5%를 얻어 이인선 통합당 후보(35.7%)를 근소한 차이로 꺾었다.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80석, 통합당 103석이란 충격적인 성적표가 나왔다. 그는 언론에서 통합당 참패 원인을 묻자 잘못된 공천과 선거메시지 부재 두 가지 때문이라고 신랄한 평가를 내놨다. 우선 당내 통합 공천이 안 되고, 당권 강화 공천을 했다는 것이다. 문 정권과 대적하는 선거인데 마치 당내 무소속하고 싸우는 선거로 변질을 시켰으니까 선거에서 이기기가 어려웠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선거메시지와 관련, “당 지도부가 갈팡질팡했고 오락가락하는 등 일관된 메시지가 없어 도대체 문재인 정권 심판 선거인지 야당을 거꾸로 심판하는 선거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 참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은 통합당 지도부에게 뼈아픈 질책이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홍준표 당선자의 직설적인 화법에 강골 이미지를 좋아한다. 또 날카로운 정치감각과 상대방의 정곡을 찌르는 혜안, 정세분석능력 등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충성도 높은 지지자들이 많이 따르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의 단점도 명확하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쏟아내는 특유의 막말논평은 자제돼야 한다. 보수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당선자는 앞으로 포용과 협치의 리더십을 새롭게 가다듬어 선보여야한다. 복당과정에서 당내 반발세력을 설득하고, 새로 구성될 지도체제와 원활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이미지 변신을 꾀해야 한다. 그래야만 홍준표를 지지한 대구·경북민의 염원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