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일기’

김형석 지음·김영사 펴냄
에세이집·1만4천800원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나이 듦, 건강, 가족, 그리움, 신앙, 사랑, 사회, 소박한 일상 등을 주제로 건네는 70편의 따듯한 글’.

대한민국 대표적인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3일 100번째 생일을 맞아 에세이집‘백세 일기’(김영사)를 펴냈다.

1920년 평안남도 대동 출신으로 평양 숭실중과 제3공립중을 나왔으며 일본 조치(上智)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대한민국 100년 역사의 산증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을 겪었고, 1947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의 경제·정치발전을 모두 목격했다. 서울 중앙중고 교사와 교감으로 근무한 뒤 1954년부터 1985년까지 31년 동안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해왔다.‘행복 예습’ ‘영원, 그 침묵의 강가에서’등 숱한 저서를 냈고, 2016년 8월 펴낸 ‘백년을 살아보니’는 1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써 원고 청탁에 응하고, 되도록 강연 요청도 수락한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는 소박한 봉사 의식의 발로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철학이 ‘백세 일기’로 결실했다.

한 세기를 살아온 철학자가 70편의 글들을 소박하지만 특별한 ‘일상’, 온몸으로 겪어온 격랑의 ‘지난날’, 100세 지혜가 깃든 ‘삶의 철학’, 고맙고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엮어냈다. 이번 책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한 ‘김형석의 100세 일기’원고에 몇 편의 글을 추가한 것이다.

“오래 살기를 잘했다.” 인생의 석양이 찾아드는 지금, 여전히 성실하게 삶의 순간을 채워나가는 이의 짧고 담담한 고백이다. 김형석 교수는 매일 밤, 작년과 재작년의 일기를 읽고 오늘의 일기를 쓴다. 그렇게 충만한 삶의 시간을 새기고, 과거에 머무르기보다는 어제보다 더 새로운 내일을 살기를 꿈꾼다. 그러한 노 교수의 글엔 앞선 100년이란 세월의 무게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단단하고 성실한 삶의 조각들이 반짝인다.

“내 나이 100세. 감회가 가슴에서 피어오른다. 산과 자연은 태양이 떠오를 때와 서산으로 넘어갈 때 가장 아름답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100세에 내 삶의 석양이 찾아들 때가 왔다. 아침보다 더 장엄한 빛을 발하는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다.”(29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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