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현장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시 제공
권영진 대구시장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현장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구시 제공

하루 74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대구가 60여일만에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지금도 코로나의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다. 미국은 하루에도 5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누적 사망자가 4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탈리아는 2만3천227명이 사망하고 누적 확진자가 100만명에 달하는 등 유럽전역이 코로나에 점령당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국가였으나 지금은 발빠른 대응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가 됐다. 국내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였던 대구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을 전 세계에서 배우고 있다.

 

신천지 신도 첫 확진 10여 일만에
하루 700여 명씩 발생하자 신천지 전수조사 착수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전수조사 선제적 진행
사회적 거리두기 ‘328 대구운동’ 병행으로
급증하던 확진자 수 감소세… 극복 실마리
세계 최초 드라이브 스루 도입 신속·대량 검사
미국·독일·영국 등 세계 각국서 잇따라 도입
60일 간의 사투 끝 안정세 市 정례브리핑 종료
코로나극복추진위 구성 생활방역체계로 전환

□ 대구지역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전수조사

대구는 세계에서 극찬하는 코로나19 대응 모델의 첨병에 섰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를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천지 대구교회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를 발생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다가왔다.

대구지역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신천지 신도임이 밝혀지면서 10여일만에 하루에 7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빠르게 확산됐다. 의료체계가 붕과하기 일보직전이었고, ‘대구 봉쇄’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총력전에 돌입했다.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를 단행해 확진자와 일반 시민들을 분리하면서 급증하던 확진자 수가 줄어들었다. 또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 전수조사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면서 ‘328대구운동’을 병행, 한때 700여명에 이르는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전수조사로 코로나19 극복의 단초를 잡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기존의 병원에만 입원하던 확진자를 경증과 중증으로 나눠 경증 확진자는 생활치료센터에 격리 조치하고 중증환자를 병원으로 입원시켜 집중치료를 받도록 하는 확진자 관리에 대한 지침 변경을 중앙에 요구해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넘겼다.

대구시가 실시한 전수조사는 해외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델로 소개되기도 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미국처럼 됐을 것”이라면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구시의 전수조사를 높게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한민국, 대구 -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 발발했을 때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추가 시설을 확보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해 냄으로써 심각한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 세계 최초 드라이브 스루 도입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드라이브 스루(Drive-Thru)’를 주목하고 있다. 대구시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는 현재까지 1만5천건이 넘는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이브 스루는 2월 29일 지역 감염 초기에 의심환자가 폭증해 신속한 대규모 검체채취 방법이 요구됨에 따라 대구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처음으로 운영됐다. 그동안 총 9만3천315건의 검진 검사 중 16.7%인 1만5천594건을 수행하는 등 감염병의 지역확산 방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면서 대구시는 총 10개소 중 6개소는 운영을 종료하고 나머지 4개소(서구, 남구, 북구, 수성구)는 지속해서 운영키로 했다.

감염 가능성이 높은 시민들을 분리해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드라이브 스루는 세계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드라이브 스루 모델, 자가진단 앱 사용 등과 같은 효율적인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과 함께 모델 노하우 공유를 요청했다. 독일과 영국도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모니터링 한 뒤 시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 생활체계 방역 전환

대구지역 코로나19가 60여일만에 안정세를 보이자 대구시는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했다. 시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60일 만에 정례브리핑을 종료했다. 향후 대규모 확진자 발생이나 특이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시 재개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처럼 대구시가 정례브리핑을 종료한 것은 60여일간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실시한 ‘전수조사’ 대응모델이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에 충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시는 3·28대구운동 등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고 각계각층의 방역대책에 대한 협조가 잘 이루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20일부터 대구 전역과 모든 분야로 확산하는 방역을 연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한다. 각계각층의 오피니언 리더 200여 명으로 코로나19 극복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분야별, 사업장별, 일상 속에서 지켜야 할 방역 지침을 마련하고 시민행동수칙을 일상과 문화로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일이었기에 초기에는 비판이 많았으나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대구의 초기 대응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 실시한 ‘3·28(3월 15∼28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대구운동’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성공적인 모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구시민은 물론 지역기업 등 모두가 힘겨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위기에 강한 대구시민의 유전자(DNA)는 코로나19에 맞서 놀라울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다. 전국에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의 힘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코로나19는 무증상 전파자와 완치 후 재감염 등 얼마든지 폭발적인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학계의 판단이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존의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방역으로는 한계가 있다. 방역당국인 대구시는 철저한 방역역량과 대비태세를 계속 유지하고, 시민들은 시민행동수칙을 일상과 문화로 정착시켜나가는 형태의 민·관협력 방식의 상시방역체제로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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