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국민은 선택하였다. 나라가 어려운 한 가운데 내려진 결론은 엄중하다. 정부는 심기일전하여 각오를 다지고 목표를 분명히 하여 달려가야 하며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아 국정이 정상을 회복하도록 주시하며 지원해야 한다. 국회의 지나온 모습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식물국회, 동물국회, 짐승국회…. 여러 가닥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에게 들켜버린 국회를 향해 국민의 요청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하는 국회’가 되라.

이제는 의정단상이 국민에게 훤히 들여다보인다. 속일 수가 없고 숨길 수도 없다. 밀실에서 비밀스럽게는 불가능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설 자리가 없고 대안없는 발목잡기도 국민이 허락하지 않는다. 국민은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장착하였다. 일하는 국회는 어떻게 만드나.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채워야 국회가 국회다워질까. 생각만 하고 기대만 걸다가 이번에도 우리는 실망에 이르고 마는 것은 아닐까. 대표를 선출해 국회로 보낸 국민은 그들에게 어떤 모습을 요청해야 할까.

미 하원의원을 역임했던 국제정치학자 리 해밀턴(Lee Hamilton)은 ‘민주정치의 열쇠는 타협’이라고 하였다.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과 든든한 입장을 우선 잘 만들어야 하지만 상대가 있는 정치의 장에서 ‘타협과 협상’은 필수가 아닐까. 타협을 잊은 협상은 있을 수 없다. 타협할 줄 모르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타협을 싫어하는 정치인은 위험하다. 국회는 다투는 곳이지만, 몸으로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생각으로 다투어야 하고 논리로 겨루어야 한다. 아이디어와 주장이 부딪히는 곳에 욕심과 고집이 들어서면 이내 협상은 깨지고 토론이 무너진다. 양보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야 하고 타협의 문을 열어야 한다. 타협을 배신이나 배반 또는 변절로 치부하는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한다. 뜻을 굽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각의 탄생이어야 한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끝내 국민을 위한 방향을 함께 찾아내야 한다. 독일의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는 ‘모든 사람이 함께 할 때에야 좋은 타협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민주주의는 타협으로만 가능하다. 타협을 이루어야 한다. 양보하기 어려운 선이 있었다 해도 상대 주장의 진의를 가늠해야 한다. 조절과 절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내 생각이 소중한 만큼 상대의 진정성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생각이 폭넓게 반영되려면 타협은 필수가 아닐까. 일하는 국회가 타협에 강하길 기대한다. 타협을 주저하지 않으며 협상에 강한 국회가 되어야 한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책의 다툼에 정답이 하나뿐일 리가 있을까. 팽팽한 토론과 건강한 타협이 가득한 국회를 만나고 싶다. 주먹다짐과 막말비난이 타협과 협의로 바뀌는 국회를 기대한다. 그런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은 또 얼마나 안심할 것인가. 타협에 약한 사람을 국회로 보낸 국민은 또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일하는 국회는 타협에 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