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법안 통과
2000년 8월 1일부터 적용
경북경찰청 전담팀 구성 재수사
“숨진 피해자의 원한 풀어줄 것”

2000년대 들어 20여 년간 경북지역 살인미제사건은 모두 16건으로 파악됐다.

이들 사건 중에는 검거에 필요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해 미궁에 빠진 사건들도 있다.

그러나 2000년 8월 이후의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사라졌다.

2015년 7월 24일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31일 공포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법 공포 당시 공소시효가 남아 있던 2000년 8월 1일 이후의 사건에 대해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경북도민들은 “살인사건을 떠올리기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해결해야할 사건”이라며 “범인을 검거해 죗값을 치르게 해야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들이 사라지거나 줄어들 것이다. ‘완전 범죄는 없다’는 것을 경북지역에서부터 보여줄 것”을 기대했다.

구미시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미제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장윤정 여대생 실종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2년 8월 8일 오후 2시 8분께 구미시 구포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남자 친구를 만나러 나갔던 여대생 장윤정(당시 20세)씨가 사라진 사건이다.

당시 장씨의 부모는 남자친구가 장양이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오후 10시께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단순 가출사건으로 판단해 실종신고를 미뤘다. 하지만, 다음날까지 연락이 없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더욱이 장씨가 실종된 지 14일이 되던 9월 22일 오후 10시 20분께 같은 지역에서 한 중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미시 옥계동에서 친구들과 이미지 사진을 찍기 위해 외출한 김아림(당시 14세)양이 실종된 것이다.

김양은 사건 발생 8일 만인 9월 30일 오전 9시 30분께 마을에서 20㎞ 떨어진 칠곡군 낙동강변에서 익사체로 낚시꾼들에게 발견됐다. 김양은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와 김양의 사건은 인접 지역에서 발생하고, 버스정류장에 있다가 실종됐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큰 관심을 받았다. 경찰도 이러한 점에 집중해 수사에 나섰으나, 용의자를 특정할 CCTV나 목격자가 없고, 다른 납치사건과 달리 금품을 요구하는 등의 연락도 없어 사건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사건은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2003년 5월 22일 영주시, 상주시, 안동시를 무대로 발생한 영주택시기사 살인사건이 17년이 지난 현재도 범인이 검거 되지 않은 채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다. 당시 개인택시 영업을 하던 김모씨는 손님의 전화 콜을 받고 영주 지역 모 호텔로 이동한 후 23일 오전 5시 50분께 상주시 외곽 지역에서 시신으로 발견 됐다. 김씨가 운행하던 택시는 안동시에서 발견 됐다. 김씨는 23일 오전 0시20분께 영주시외로 나가는 길목에서 연료를 충전한 것이 마지막 행적이다. 경북지방청과 상주경찰서는 범인 검거를 위해 현재 공조 조사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범인 검거를 위해 2017년 8월과 올해 2월 K 방송사에서는 사건과 범인 몽타주를 공개하고 범인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포항지역의 대표적인 살인미제사건은 ‘포항 흥해 토막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8년 7월 8일 포항시 흥해읍 도로변 갈대숲에서 토막난 시신일부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최초 시신 일부가 발견된 일대를 수색해 오른쪽 다리가 발견된 곳에서 1m쯤 옆에서 검은 비닐과 포대에 싸인 왼쪽 다리를, 그 근처에서 포대에 든 한쪽 팔과 노출된 다른 팔을 발견했다. 이후 대대적인 수색을 통해 2주 후인 22일 주민의 신고로 최초 팔·다리가 발견된 곳에서 1.2km 가량 떨어진 도로변 음료창고 부근에서 몸통을 발견했다. 부검결과 시체는 예리한 톱날의 의해 다섯 부분으로 절단됐고,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한 설골 골절로 추정됐다. 경찰은 여름 날씨로 인한 부패, 도로변에 유기돼 들짐승에 의해 훼손된 시신 중 왼쪽 손에서 지문을 확보해 신원을 확인했다. 피해자는 시신 발견현장에서 30km가량 떨어진 포항시 동해면에 거주하던 A(당시 49세)씨였다. 그녀는 남편과 살고 있던 주부였다. 피해자 A씨는 발견되기 보름전인 그해 6월 24일 남편에 의해 실종신고가 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을 포장했던 비닐과 포대, 청 테이프에서는 어떠한 지문과 DNA도 나오지 않았다. A씨의 집 세면기와 수도배관 등에 대한 정밀감식과 교체 여부 조사 등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하며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이 사건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된 이유로 사망 추정 시점과 시신 발견 시점 간 차이가 커 증거확보의 어려움을 들었다. 이 사건도 2015년 9월 발족된 경북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전담팀에서 원점부터 재수사하고 있다.

경찰서 주변 인사들은 “1979년 발생한 심규환 상병 자살 은폐 사건은 30년 뒤 그의 상사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1937년 미국에서 발생한 10대 소녀 유괴·살인 사건은 무려 46년 만에 범인이 검거됐다.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33년 만에 찾을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과 경찰의 끈질긴 수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사건에 관한 기록이나 DNA 같은 증거물이 없었다면 아예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미제사건에 대해선 기한을 두지 않고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 청장은 “사건의 진상과 실제범인을 확인하고 억울하게 숨진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게 국민적 요구”라며 “다 풀릴 때까지 수사하겠다”고 했다.

경북도민들은 “DNA분석, 영상분석,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 과거 확보한 증거 자료를 다시 분석하는 등 혐의점이 드러난 용의자를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벌여 반드시 잡아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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