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실패로 홍역을 치렀던 군에서 이번엔 군기 문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국민적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진해 해군기지에 민간인이 무단출입한 데 이어 지난달 7일 제주 해군기지가 민간 시위대에 뚫려 해군참모총장이 교체됐었다. 이번에는 육군 부사관들이 장교를 성추행하는가 하면 병사가 야전삽으로 여성 중대장을 폭행하는 있을 수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태의 원인은 간단치 않다. 문제점을 종합진단하여 확실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말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 소속 A상병이 야전삽으로 직속 중대장인 여성 대위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격장 방화지대 작전 중에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아 중대장인 B대위가 불러 면담하는 과정에서 A상병은 야전삽으로 여성인 중대장을 내리치고 목을 조르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상병은 특수상해 혐의 등으로 군 검찰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회식이 금지된 상태에서 지난 15일에는 경기도의 또 다른 육군 부대 소속 중위가 노래방에서 민간인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어서 지난 17일 이 부대 간부(대위)가 길가에서 만취 상태로 옷을 벗은 채 누워 잠을 자다가 행인 신고로 귀가하는 일도 있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휘 서신을 통해 “규칙 위반 시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도, 작전이 힘들다고 병사가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내리치고 목을 조른 일은 이만저만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은 군대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다.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절대적 규율 의식은 유사시 전투에서의 작전 수행능력과 비례한다. 평소에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부대는 전투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전투에서 질 게 뻔한 군대가 왜 필요한가. 우리 군이 이 모양이 된 원인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의 느슨한 대북정책, 지나친 인권 타령이 군 기강해이와 연결돼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관의 ‘엄벌’의지 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진짜 요인을 정확히 찾아내야만 적절한 해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