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원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이수원
계명대 교수·유아교육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모든 학교는 대면교육을 늦추고 온라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아교육에서는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놀이 중심의 하루 일과를 운영하므로 온라인교육이 적합하지 않아 개학이 미뤄지고 있다. 발달단계에 따라 적합한 교육의 형태가 다르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주변을 탐색하며 놀이를 통해 배운다. 초중등학교에서는 가장 추상적인 의사소통 기호인 언어로 교육하는 반면, 유아교육에서는 구체물을 활용하여 행동으로 체득하도록 교육한다. 이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개학을 보류해서라도 온라인 교육을 지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유아교육은 놀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교육의 질 제고와 균등한 교육 기회 마련을 위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정하고 있으며 국가수준의 유아교육과정을 누리과정이라고 부른다. 올해부터 시행될 누리과정은 한 차례 개정되었으므로 개정 누리과정으로 명명한다. 개정 누리과정은 유아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놀이를 지원하고 이를 위해 유아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 교육의 역사를 통틀어 유아교육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으며 지금까지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되어 왔다. 개정 누리과정은 아이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놀이를 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간다는 믿음을 근간으로 하여 유아의 놀이를 좀 더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화전을 굽는다면 유아는 물질(찹쌀가루)의 변화, 전통음식(화전), 기본생활습관(손씻기), 도구(뒤집개)의 유용성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유아는 소꿉놀이를 하면서 가상의 때와 장소에 적절한 언어 사용, 실생활에서의 역할 시연, 또래와 갈등이나 의견 조율하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계몽시대와 산업혁명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다. 성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숙해 보이는 유아를 계몽과 교육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교육 성과를 효율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유아 발달의 측정도구를 계량해서 유아를 일률적으로 측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9년 제1차 유치원 교육과정이 제정되기 전에는 한국전쟁으로 발생한 전쟁고아를 포함하여 유아를 교육하는 일은 사회복지단체나 민간인의 주도로 이루어져 왔으며 유아교육 행정체계나 질 관리가 부재했다. 때문에 교육의 질 편차를 줄이고 각 유아교육기관을 일괄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교육의 질 관리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부족했음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이 반성이 누리과정의 개정으로 이어진 듯하다. 유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한 유아교육 학자와 교사는 유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유능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올해부터 달라질 유아교육도 유아의 역량에 대한 믿음을 근간으로 유아를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놀이하며 세상을 배워나가는 존재로 재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