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순 자

마트 한 켠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 한 마리

굽는다

물결 치는 파도를 잠재운다

노릇노릇해지는 바다

한때의 열망도 노릇노릇해진다

부석부석하게 부은 희망도 바싹하게 굽는다

사람들의 발길이 휩쓸려 다니던 거리도 굽는다

모든 물결의 끝에는 뭍으로 향하는 그리움만

살지고,

그리움의 끝없는 행로에는 지독한 열병이 번져간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이

숨 막혀 허덕이던 순간에

자신을 배반한 물결을 버리고

고등어는 점점이 해탈식을 치른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밀쳐내는 파도를 타고

….

시인은 마트에서 사 온 고등어를 구우며 푸른 물결 틈새를 지나는 활어 고등어를 떠올리고 있다. 한 때, 대양을 향한 열망과 희망을 품고 유영했던 고등어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것을 해탈식이라 표현하는 시인은 바다와 그 바다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자유로움이라는 가치를 고등어를 들어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