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33명의 확진자 발생
당국, 감염 원인 몰라 전전긍긍
지역 주민들은 극심한 불안감

지난 9일 A씨(48.여)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열흘 동안 6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며 매일 확진자가 발생한 예천군의 일상이 마비되고 있다. 주말인 18일 오후 예천군 예천읍의 가장 번화가인 중앙로 일원이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예천] 최근 10일간 3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예천군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지난 9일 40대 여성과 그 가족 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하루도 빠짐없이 확진자가 나왔다. 이 여성과 관련된 확진자가 이 지역에서만 33명이나 된다. 그간 열흘 동안 5차, 6차 감염이 이어졌다. 자가격리 중인 접촉자도 367명이나 돼 확진자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이 가족이 어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천군 역학조사 결과, 일가족 가운데 대학생 아들(19)이 발병 전 친구들과 함께 대구와 경산 등을 갔다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를 첫 전파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예천군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 같이 예천 시골마을에서도 확진자들이 이어지고 있어 서로 불신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주민 배모(68)씨는 “한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주민이 확진자로 알려져 이웃 간에 인사도 하지 않는 등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치킨집과 pc방, 편의점, 술집을 다닌 19~20세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자 이들 업소는 초비상이 걸렸다.

소독 뒤에 문을 열어도 손님들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pc방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9일부터 손님이 오지 않아 집세와 생활비를 벌지 못해 폐업을 생각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예천군 호명면 주민 이모씨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꼬리를 물고 감염되고 있어 버스를 탈 때도 확진자가 탔던 버스를 탔을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면 단위 지역의 식당 상인들마저 ‘혹시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예천읍 발길을 끊고 있다.

한 식당 업주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예천읍에서 최초 발생했고, 지금도 확산되고 있어 예천읍 보다 인근 지역에서 장을 본다”며 “당분간 급한 볼일이 아니면 예천읍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당뇨로 정기적으로 인근 대형병원을 찾던 예천 한 주민은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문의하니, 당분간 예천사람은 진료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어 황당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예천군은 고립무원(孤立無援)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돌고 있다.

예천읍 한 상인은 “매출 0원이라는 말이 현실화 됐다. 예천군에서 내놓은 민생대책은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다”며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죽는 것 보다 굶어 죽게 생겼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달라”고 성토했다.

경북도는 지난 17일 코로나19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자 안동과 예천, 도청신도시 지역에 대해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PC방, 노래방, 목욕탕 등 고위험 집단시설과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를 권고하고 집회·집합금지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 반드시 방역 조치를 준수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벌금 또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예천군은 장터까지 폐쇄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역을 벗어나는 버스는 아예 운행을 중단했다.

19일 기준 예천군의 누적 확진자는 39명이다. 6명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6일 사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34일 만인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3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예천군민들은 “19~20세 대학생들이 대구와 예천에 갔던 목적과 누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이에 앞서 대구와 경산지역 대학생들이 경산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등 보다 면밀한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근본적인 처방을 할 수 있고, 예천지역 코로나19 사태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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