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로 이름알린 예지, 2년 공백 깨고 보컬로 컴백

“어지러운 마음에 제자리를 걷는대도 / Now I know, now I know / Now I know, I ’ll still carry on (이제는 알아, 나는 계속 나아갈 거라는 것을)” (‘마이 그래비티’ 중)가수 예지(이예지·26)가 2년 9개월간의 공백을 깨고 지난 1월 발매한 싱글 ‘마이 그래비티’(My Gravity)의 한 대목이다. 걸그룹 피에스타로 활동했던 그는 그룹 해체와 함께 긴 휴식기를 가졌고, 직접 작사한 ‘마이 그래비티’에 그동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노래 가사처럼 새로운 걸음을 내디딘 예지를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났다.

그에게 ‘이제 한 발짝 나아갔다는 느낌이 드나’ 하고 묻자 “‘한 발짝 반’ 정도 나아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제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는데, 사실 저한테는 그 시간이 너무 필요했어요. 온전하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 적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쉬는 동안을 정말 잘 보냈죠. 그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반 발짝 더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7월께 새 소속사에 둥지를 튼 예지는 ‘마이 그래비티’에 이어 지난 3월 초 신곡 ‘홈’(HOME)을 잇달아 선보였다.

엠넷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2’의 날 선 래퍼로 이름을 알렸지만, 이번 컴백에서는 감성적 보컬리스트로 변신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는 잊어버렸던 자신의 모습을 쉬는 동안 찾아간 이야기를 담은 ‘마이 그래비티’의 의도가 잘 와 닿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했다”고 했다.

“DM(SNS 다이렉트 메시지)이나 편지로 저한테 고민 상담도 많이 오거든요. 사람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 있지만 모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잖아요.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이 그래비티’를 듣고 위로를 받고 있다는 반응을 많이 받아서 진짜 기분이 좋았죠.”

후속 싱글 ‘홈’은 서정적인 분위기에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가미된 곡으로, 음악방송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첫 번째까지는 긴장했던 것 같은데, 두 번째 무대부터는 ‘아, 역시 무대는 재밌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엄청난 ‘집순이’라는 그는 “(휴식기에) 온전히 1년을 집에서 쉬었기 때문에 ‘집’이라는 키워드로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인 ‘집’에 빗대 사랑이라는 주제를 풀어냈다.

2015년 ‘언프리티 랩스타2’로 예지를 알게 된 사람이라면 이런 새로운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을 가리켜 “맞아 미친개 그래 미친개”(‘미친개’ 중)라고 선언하는 등 거침없고 직설적인 가사로 대중에 각인됐다.

센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예지는 자신을 가리키면서 “여전히 걔도 여기 있다”며 웃었다. “스물셋 예지의 일부를 담아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고맙기도 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자유인 것처럼 저를 보시는 시선도 자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뭔가가 변화했다, 혹은 변화하지 않았다기보다 여전히 저는 저”라고도 했다.

이번 컴백 활동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팬미팅을 취소하는 등 팬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웠다. 그는 팬들을 못 보는 아쉬움이 컸다며 “정리가 되는 대로 좋은 앨범으로 찾아뵐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저한테 팬들은 너무 소중하고 힘이 되는 존재라서, 저도 팬들한테 쉬었다 가는 휴게소 같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저한테는 공백기가 너무 필요했지만, 팬들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을 테니까 올 한 해는 정말 ‘소처럼’ 일할 거에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