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시인
김현욱 시인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개학이란 걸 했다. 더는 출석을 미룰 수 없어 취한 고육지책이다.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수업이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강력한 동기를 가진 사람에게 온라인수업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가 기회다. 온라인수업을 계기로 교육환경도 개선되고 미래 교육의 토대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5월에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명한 부모나 교사들은 이 기회를 ‘책 깊이 읽기’로 활용 중이다. 학원도 학교도 자유롭게 못 가는 때라 아이들에게 시간이 많다. 이번 기회에 글밥이 많은 책을 선택해서 가족이 함께 읽으며 좋다. 읽어, 라고 시키면 안 된다. 같이 읽자, 라고 해야 한다. 오빌 프레스콧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아버지’에는 다음과 같이 말이 나온다.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그 길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를 매혹적인 이야기의 세계로, 책의 세계로 이끄는 방법은 부모나 교사의 책 읽어주기 뿐이다. 우리 아이의 독서지도는 꾸준한 책 읽어주기를 통해 함께 읽기, 혼자 조용히 읽기(SSR) 단계를 거친다. 책 읽어주기를 통해 책 읽기에 흥미를 느낀 아이들에게 조금씩 혼자 조용히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책 읽어주기에서 자연스럽게 혼자 조용히 읽기로 가면 우리 아이의 독서지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다.

독서교육 전문가 맥 크라켄에 따르면 혼자 조용히 읽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교실이나 가정에서는 15분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아이의 상태나 상황에 따라 교사나 부모가 적절하게 조정한다. 둘째, 아이가 스스로 읽을 책을 선택한다. SSR 시간 전에 읽을거리를 고르고, SSR 시간에는 다른 책으로 바꾸지 못한다. 교사나 부모가 아이의 성향이나 흥미를 파악해 재미있는 책을 권할 수도 있다. 셋째, 아이가 SSR를 할 때 교사나 부모도 반드시 책을 읽는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일체의 독후감, 독후 활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SSR을 절차나 결과물, 성적에 연관시키지 않는다. 책 읽어주기의 최종 도착지가 바로 혼자 조용히 읽기(SSR)이다.

단, 책 읽어주기를 통해 책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혼자 조용히 읽기를 할 수 있다. 독서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혼자 조용히 읽기를 시키는 것은 벌을 주는 것과 같다. 대안은 가족이 함께 읽는 것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위기철의 ‘무기 팔지 마세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같은 작품들은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좋은 책이다. 밥상머리 회의를 통해 읽을 책을 선정하고 1~2주 정도 책 깊이 읽기를 해보자. 그리고 모여서 가정 독서토론을 해보자. 세상에서 가장 슬기로운 배움과 성장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