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성공했지만 전체 판도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에 참패했다. 원내의석 과반수를 넘어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허용했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미래통합당은 ‘실패는 성공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준다’는 연구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비니트 데사이 교수팀이 우주왕복선 성공과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틀란티스호와 챌린저호를 비교·조사했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아틀란티스호는 2002년 발사 준비 당시 절연체가 고장 나고 대기권의 저항을 돌파하는데 필요한 증속 로켓의 왼쪽 부분이 손상됐어도 발사에는 성공했다. 그 결과 발사과정에서 생겨난 문제들에 대한 후속 조사나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챌린저호는 절연체가 분리돼 고장 나는 바람에 기체가 폭발, 승무원 7명이 모두 사망하는 참사를 빚었다. 챌리저호 사건 이후 우주선들은 문제가 생기면 즉각 발사시간을 연기하게 됐으며, 철저한 후속조사로 우주선 발사 시스템에 29가지 보완 조치가 취해졌다. 미국 우주왕복선 개발의 역사에서 성공보다 실패가 확실한 ‘반면교사’가 됐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역시 이번 총선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이같은 맥락에서 다시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25개 선거구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출마한 대구 수성구을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후보 역시 통합당 복당을 전제로 선거에 나섰으니 사실상 TK지역은 25개 의석 모두 통합당이 차지한 셈이니 부분적으로는 성공이다. 그러나 전체 판도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했으니 통합당 입장에선 너무나 뼈아픈 실패요, 패배다. 더구나 차기 대권경쟁에 나설 대다수의 통합당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흐드러진 벚꽃잎처럼 떨어져 내린 게 너무 아프다. 마땅한 대선주자 하나 제대로 국회에 입성시키지 못한 제1야당에 무슨 희망이 있을까 싶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의 실패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만한 체질 변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민주당에 빼앗긴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흔히 어떤 사회를 보수와 진보로 진영을 나눈다면 6대4 정도로 나뉜다. 그럴 경우 보수당이 대체로 정권을 잡게되지만 큰 실책을 할 경우 실망한 보수표가 진보에 힘을 실으면서 보수와 진보 양진영을 오가는 권력교체가 이뤄진다. 그리 길지않은 민주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바로 이같은 양상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고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양상의 정권교체와 함께 정치가 발전하기를 바라지만 그게 욕심일까.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미래통합당에 조언한다. 오늘의 실패를 배울 수 있는 큰 기회로 삼고, 지금의 작은 실패를 통해 큰 실패를 예방하는 데 총력을 쏟아주길 바란다. 코로나19로 지친 이 나라에는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