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무서운’ 선거가 끝났다. 민주주의 국가의 축제라고들 한다. 그런데, 사실, 어지간히도 으르렁들 거렸다.

우리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대통령 되면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 그렇게 많았단다. 또 일본처럼 평생을 살아도 제 손으로 대통령 한 번 못 뽑아보는 세상도 있다.

그래도 선거라면, 지금보다 좀 더 재밌었으면 한다. 싸우는 재미 말고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 현안을 놓고 깊고 넓게 생각하는 재미, 그런 선의의 다툼, 승자와 패자가 함께 웃는 선거 말이다.

아직은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참된 정치 지도자가 없어서? 국민이 슬기롭지 못해서? 어느 하나에 정답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나는 지금 이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심중에 있다. 하하, 그런데 그걸 공표하기 어렵다. 함부로 발설하지 말자.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유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여기서 유 선생이란 ‘유튜브’를 말하는데, 가짜 보수, 가짜 진보는 가야 한단다. 진짜 보수, 진짜 진보가 나서는 세상이 되어야 한단다.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이 보수니 진보니 하는 말이 그런 이분법이 싫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민주주의 하나만 있으면 된다.

옛날에는 ‘이쪽’이 민주주의고 ‘저쪽’은 독재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주 명확해 보였다. 그런데 지금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정직하지 못하다. 뭐가 뭔지 알겠는데 말하기 어렵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쉬운 말을 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나는 균형이 좋고 중간이 좋다. 물론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중심 잡고 살아본 적 없다. 또, 중간을 어중치기나 박쥐 정도로나 여기는 세상이다. 중간을, 중도를 꿈꾸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나 같은 부류는 정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다들 선의에서 저렇게 안간힘을 쓴다고 믿고 싶다. ‘나’만 선의가 있는 게 아니요, 저 사람도 선의가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다들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잘 되기를 꿈꾼다고, 그래서 자기 방법을, 노선을 고집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그렇게 믿으면, 가정하면, 대화도 타협도 다 가능할 것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그 끝난 나날만큼 조금은 더 평화로워지기 바란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라도 한 뼘이라도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그 무서운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어려우려나?

아무튼 패배한 쪽에 손을 먼저 건네라. 함께 가자고 하라. 뭐라도 먼저 드리라.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