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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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 84.

이번에 치러진 21대 총선의 지역구 선거 결과이다. 미래통합당이 더블 스코어로 참패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참패이다. 미래한국당의 비례 의석을 합하더라도 100석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개헌선은 막았다 해도 받아든 성적표는 참혹하고 비참할 정도이다. 보수는 왜 이렇게 몰락하고 있는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전국 단위 선거에서 주요 정당이 네 번 연속 패배한 경우는 없었다. 그만큼 민심은 한쪽으로 힘이 연속적으로 몰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전통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총선·대선·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보수는 패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민심일까? 이번 선거는 그동안의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인한 경기침체, 탈원전, 조국 사태,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 정권의 행태는 선거로 심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러한 실정 등이 묻힌 것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여당의 180석 예상과 20년 장기집권 시나리오가 적중하는 신호탄일까? 그렇다면 민심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번 통합당의 패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공천 파동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후보가 4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대권에 초점이 맞추어진 공천이라는 비판도 들었다. 공천 파동은 개인적 손익 계산에 따른 공천이었다는 인상을 국민들은 깊이 받았을 것이다.

혹자는 지금 활동세대인 30∼40대가 성장했던 80∼90년대에 교육이 전교조에 의해 젊은이들을 진보 클릭으로 세뇌했다는 주장도 한다. 어려서 교육은 사상을 좌우한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주장이다. 지난 3년 문재인 정부의 모든 국정 어젠다가 선거에 이기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막판엔 유권자 지갑에 현금 주는 환심정책까지 나왔다. 선거 승리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성공했다.

현 정권으로선 어떻게 국정을 챙기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설픈 우파와의 타협이 더 손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재집권이 지상 과제인 상황에서 이런 기조로 내달리면 대선 승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사실상 이대로는 2년 뒤 대선에서도 보수와 통합당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 국가의 모든 구석구석이 진보 세력 한 곳으로 장악하게 되면 국민에게서 수권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략이 성공해 왔기 때문이다. 보수 그리고 통합당이 걸어야 할 길은 정말 험하고 멀다. 한국은 이제 남북 분단에 이어 동서로 분할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동서 분할은 더 뚜렷해졌다. 이 나라는 지금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진정한 민심은 어디에 있는 것 일까? 선거가 끝나고 맑은 햇빛이 익어가는 봄의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만, 우리 마음은 그리 맑고 환한 것 같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