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투표 현장에는
거리두기 안내도 없이 진행
개표장도 옆사람 간 30㎝ 불과
수 백명이 다닥다닥 붙어 작업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된 15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개표소가 설치된 만촌동 인라인롤러 스케이트장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적정 거리 유지하셔서 코로나19 감염 안되게 조심하세요”

15일 오후 6시 30분께 포항시 북구 양덕동 한마음체육관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및 포항시의회의원재선거 개표장소인 이곳에는 수 백명의 시민들이 한 공간 안에서 개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통해 전해진 목소리는 ‘공염불(空念佛)’에 가까웠다.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협소한 공간에는 개표사무원들이 어깨를 마주한 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옆 사람간의 거리는 30㎝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답답한 듯 연신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안면보호장구 등을 착용한 채 개표를 진행한 포항시 남구지역 개표장소인 만인당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마음체육관은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감염병 사태와 상관없는 ‘다른 나라’였다.

현장에 있던 한 개표참관인은 “떨어져서 앉을 만큼의 공간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말이라도 안하겠는데, 이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적정 거리를 유지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불안하지만 할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표장 밖에서도 감염병 확산의 위험성은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옮겨 개표장소에 도착한 투표사무원들은 좁은 입구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1m 거리두기는 현장에서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1m 거리두기를 지켜주세요”를 외치는 안내원의 목소리 역시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지역 내 투표소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많이 흐려진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과 오후 포항 지역 투표소를 돌아본 결과, 투표소를 방문한 유권자들 중에서 1m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은 곳이 많았다.

포항시 북구 장량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한 A씨(30)는 “현장에서 1m 거리두기를 안내하는 사람도 없었고, 앞사람 바로 뒤에 서고 나서야 1m 거리두기가 생각나 한 발 뒤로 물러섰다”면서 “TV나 뉴스에서는 현장에 안내원들이 안내를 해준다고 하던데 서울이나 대도시 이야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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