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우여곡절 끝에 일부 학년의 온라인 학교 문이 열렸다. 개학이라고 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온라인 개학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학교가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휴업 기간 동안 학생들은 과제 폭탄에 허덕였다. 수업이라고 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학생들의 실망감은 크다. 간혹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도 있지만, 대다수가 인터넷 강의 재생 수준이다.

달라진 것도 있다. 출석이 인정된다는 것과 교사 권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 교사의 권위 상승에 대해 의아해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 이후 수업 진행자라기보다는 절대 권력의 감시자와 점검자가 되었다. 특히 자신이 낸 과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갑이다. 과제를 안 내는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 교사들, 그들은 분명 거역할 수 없는 학기 초 “갑”이다. 속마음이야 학생을 위하는 것이겠지만, 학생들의 마음엔 불신과 분노만 자란다. 과제를 해야 할 이유에 관한 설명도, 또 시스템 점검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시만 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학생들은 모른다.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수업이 뭔지?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을 정말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필자는 수업이라는 자리에 “학습”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제 수행 중심 학습! 이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또 설사 이걸 수업이라고 한다면 분명 순서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과제 수행 전에 과제와 관련된 교사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략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PC방으로 달려갔다. “PC방 등교”라는 말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친정부 언론은 이를 두고 과제 수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악마의 편집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로그인 후 학생들은 무엇을 했을까? 온라인 개학, 교사들은 당연히 학생들이 집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교사들을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당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학생들을 탓해야 할까? 그런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와 교사가 온라인 개학의 최우선순위를 학생에게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교사가 먼저였다. 대표적인 예시가 시간표이다.

다음은 “체계적인 원격 수업을 위한 운영 기준안”에 나와 있는 “수업량”에 대한 내용이다.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중략) 적정 수업량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함. 학교급, 학습내용의 수준, 학생의 학습부담 (중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함”

분명 기준안에는 학생의 학습 부담을 고려하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일선 학교의 온라인 수업 시간표에는 학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학생을 위한 시간표가 아니라 교사의 수업 시수 확보와 NEIS 기록을 위한 순전히 교사 중심의 시간표이다.

그러기에 일일 7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간표가 나왔다. 과연 교사들은 자신들이 짠 시간표대로 7시간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을까! 온라인 개학에 결단코 학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