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한국인들은 요즘 ‘국뽕’에 취한 상태다. 날마다 외신이 전하는 코로나19 소식 때문이다.

세계 전역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유일한 예외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공급해달라는 국가가 130개가 넘고, 우리의 방역방식을 공유하겠다는 나라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도 4월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이 최고라고 찬사를 보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얼마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극적인 반전에 환호작약하는 것은 이 나라 백성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저명 학자들과 언론들은 앞다투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상을 예견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떠받든 ‘선진국’들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의 상황에서 선진의 조건이 무엇일까, 문득 생각한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이라는 말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왔다. 우리의 사유와 행동과 미래기획과 꿈의 절대적인 기준은 늘 선진국이었다. 우리의 기준인 KS는 그저 그런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도 숱한 방송사와 기자들은 ‘미국과 유럽, 일본’ 같은 선진국 타령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선진국들이 대한민국을 배우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살던 기자들은 어안이벙벙한 모양이다. 세계 각국의 수뇌가 한국 대통령에게 경쟁하듯 전화하고 원조와 조언과 협력을 구하는 상황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나가는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숙고하는 것이다.

생존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보장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인 보건의료는 물론이려니와 교육과 계몽, 민주주의, 과학기술, 법과 제도, 문화와 예술, 교양과 문명 같은 요소가 선진의 조건으로 거명 가능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보건의료 부문에서 세계적인 공인을 받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최강 미국마저 허망하게 무너지는 판국에!

코로나19의 침공과 미국의 붕괴는 의료 민영화가 주범이다. 오바마케어를 무산시킨 트럼프가 붕괴의 수괴지만,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는 부자를 기준으로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라, ‘유전생존 무전죽음’이란 등식이 성립한다. 실제로 미국 코로나19 사망자의 7할이 흑인이다. 빈자는 죽어 나가고 부자만 살아남는 나라를 우리는 선진국 운운하며 천조국으로 모셔왔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제는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강이자 선진이라 자부해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문제는 사회의 여러 부문과 분야에서 선진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리라. 이래저래 유쾌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202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