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총선이 지나갔다. 한편으로 조용하게 그러나 속으로는 복잡하게 수많은 생각과 느낌이 흐르며 선거를 마쳤다. 코로나19와 함께 다가와 세계의 이목마저 끌어낸 민주주의의 잔치는 이제 한 자락 역사가 되었다. 우리는 살아 움직이는 정치의 실체를 분명히 목격하였다.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묵중한지도 새삼 절감했으며 정치의 방향을 설정하는 국민의 힘을 다시 보았다. 당선의 영광을 얻었거나 낙선의 고배를 마셨어도 국민의 결정 앞에 겸허해야 할 터이다. 지난 국회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새 국회는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가 되는 집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진영으로 편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에 국민은 지쳐있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해 가는데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는 정책개발에 나서야 한다. 의지와 실력이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다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길 기대한다. 이념이 다르고 방법이 다를지언정, 의원들은 모두 국민을 위한 ‘한 편’이었음을 확인하여 주시라. 어려움 앞에 하나가 되는 국민에게 더이상 부끄럽지 않을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은 품위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막말과 선동을 수다히 겪은 국민은 실체가 있는 담론과 결실을 맺을 토론을 기다린다. 속시원한 한마디나 통쾌한 말펀치가 긍정적인 결과까지 이끌어냈던 기억이 없다. 당신을 뽑아준 지역을 부끄럽게 하고 국가의 의정단상을 더럽히는 행태를 더는 안 보았으면 한다. 다음세대에게 본이 되길 바란다.

국민도 바뀌어야 한다. 임기 내내 불꽃같은 눈으로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아니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게 하며 선거 때만 큰절을 받는 구태를 끊어내야 한다. 우리를 대신하여 일하는 국회의원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되 끊임없이 결실과 성과를 기대하는 적극성을 길러야 한다. 국회를 통하여 민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아이디어를 만들고 제안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가 긴장하여 열매를 맺으려면 국민이 부지런해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구현하려면, 국회의 임기를 국민의 목소리로 채워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은 다른 세상일 터이다. 새 국회가 만나는 나라도 새로운 나라가 되어야 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 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싱싱한 국회의원이 되어 주시라. 세상을 바꾸어 가는 희망 가득한 길 위에 당신의 노력이 분명히 보이는 국회를 만들어 주시라. 국민의 요청에 국회가 귀를 기울이고 국회의 노력에 국민이 화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세상이 우리를 부러워한다는 그 이상으로 우리 스스로 가슴 뿌듯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