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배민’. 어떤 후보자의 이름이기에 선거철인 요즘 이렇게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이름이 아니라 ‘배달의 민족’을 줄인 말이다.

배달의 민족은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운영하는 배달 주문 서비스 브랜드 이름이다. 이름 참 잘 지었다. 경영진의 실력과 기술이 한 회사의 흥망을 좌우하는 주된 요소인 것은 맞겠지만 회사나 브랜드의 이름도 회사를 키우고 매출을 올리는 데에 큰 몫을 한다.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회사 이름도 잘 지었고,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잘 지었다. 소비자들의 머리에 빠르게, 쉽게 떠올라야 주문을 잘 할 수 있는 게 배달앱 아니던가. 배달의 민족은 이름에서부터 벌써 성공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우리 겨레- 나는 ‘민족’이라는 말보다는 ‘겨레’라는 말이 더 좋다-가 어떤 겨레인가? 배달겨레 아니던가. 한자로 ‘倍達’이라고 쓰기도 하지만 배달은 원래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로 어원이 ‘밝다’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배달겨레의 시조 단군(檀君)의 ‘단’은 박달나무를 뜻하는데 박달나무의 박달 또한 ‘밝다’에서 왔다고 한다.

2010년 자본금 3천만 원으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물건을 가져다가 몫몫으로 나누어 돌림’이라는 뜻을 가진 ‘배달(配達)’과 한소리다른뜻말(동음이의어)인 배달겨레의 ‘배달’을 교묘히 엮어 애국심 마케팅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이 배달의 민족이 2019년 12월에 세계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인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 달러(약 4조7천5백억 원)에 인수합병이 되었다. 10년 만에 15만 배가 넘는 금액으로 회사를 넘김으로써 단군신화 이래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엄청난 성공신화를 쓴 것이다. 경영권을 보장받았다고는 하지만 배달겨레의 배달앱은 독일 기업의 소유가 되었다.

독일 기업이 된 지 넉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1일에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수수료 인상이라는 외식 업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더 나아가 공공배달앱 논란까지도 불러일으킨 배달의 민족은 지난 6일 공식 사과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름 잘 지어 성공한 회사가 결국에는 그 이름값을 하기는커녕 ‘우아한’ 이름에 먹칠을 하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겠다.

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 수는 모두 41개라고 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하여 미래통합당, 민생당,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한국경제당, 국민의당, 친박신당, 열린민주당(정당기호순) 등 그 이름들의 면면은 멋지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 정당들이 그 이름값을 하고 있는가? 이들 정당이 국민과 시민과 더불어 갈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확산시킬지,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밝고 정의롭게 만들어 갈지,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의 길로 나아가게 만들지 나는 잘 모르겠다. 작금의 모습들을 보면 기대보다는 의구심이 더 크다.

배민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정당들도 제발 이름값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