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런다고 지지하는 후보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포항 시민 박모(42)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거 관련 전화나 문자를 받는다. 주로 자신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이 전부다. 앞자리에 지역번호가 뜨는 모르는 번호는 일단 안받고 보지만, 최근에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까지 선거 관련 전화가 오고 있어 피할 수가 없다. 박씨는 “선거철이라고 매년 이해는 하지만, 가끔씩 너무 화가 나 전화로 언성을 높일 때도 있다”고 했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선거 홍보전화 및 문자 폭탄으로 유권자들이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은 무작위로 걸려오는 후보자 지지 전화나 문자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특히, 개인정보에 민감한 젊은층들은 이러한 불편을 관계기관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칙적으로 개인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타인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유권자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선거를 빙자한 개인정보 유출은 최근 도를 넘고 있다. 선거 운동원이나 지인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많은데, 이는 엄연히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 셈이다. 스팸(Spam)전화나 문자로 지정됐거나, 수신거부 등을 피하는 후보자들의 꼼수로 지적되고 있다.

여론은 좋지 않다.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2019개인정보보호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정보 수집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선거운동 문자메시지의 수신 거부 불응에 대해 개인정보 침해라고 느끼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전송과 관련해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에는 약 2만여 건의 개인정보침해 상담·신고가 접수됐다. 연차보고서에서는 선거와 관련한 개인정보 침해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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