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5 총선 대구·경북 격전지 르포 구미을

더불어민주당 김현권(왼쪽부터) 후보와 미래통합당 김영식 후보, 무소속 김봉교 후보가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구미 전역을 돌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었던 구미는 우리나라 보수의 본산이라고 불린다.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으며, ‘보수의 적자’임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당선 확률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어려워진 구미의 경제 사정은 ‘정권 심판론’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구미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구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보 진영에 국회의원 자리를 뺏긴 적이 없었지만, 변화의 기류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뺏긴 보수 야당은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진보 여당은 기세를 몰아 구미를 대구와 경북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구미을 선거구에서는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후보와 미래통합당 김영식 후보, 무소속 김봉교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당초 통합당 김영식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현역인 김현권 후보의 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또 지역 터줏대감인 무소속 김봉교 후보의 선전도 판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오전 민주당 김현권 후보는 출근길 아침 인사를 마치고 인동동에서 열린 갑·을 합동유세장에 모습을 보였다. 사전투표가 끝난 직후에 열린 유세여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지만, 젊은 인구가 많은 인동동의 특성에 맞게 시간이 좀 지나자 젊은 층이 몰려들었다.

이날 김 후보는 작심한 듯 야당과 후보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입만 열면 정부 탓만 하는 정당과 후보가 있다. 그들은 그 잘나가던 구미를 망친 것부터 사죄해야 마땅하다”면서 “예산만 보더라도 그동안 타 도시는 예산이 2∼3배나 늘었는데, 구미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구미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바뀌어야만 구미도 예산 2조 시대를 맞고, 그 예산으로 여성과 아이들,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가 구현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정치에 비관적인 시민들에게 일침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정치하는 것들 다 똑같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색깔이 바뀌어도 소용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언제 바꿔주기는 했나, 일단 한번이라도 바꿔줘 보고 그런 말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세용 구미시장이 당선되고 20년 동안 변하지 않던 구미예산이 1천억 이상 늘었다”면서 “구미의 변화를 이끌기에는 장 시장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 함께 구미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힘있는 여당의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미래통합당 김영식 후보는 유세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곳곳을 누볐다. 이런 게릴라 방식의 선거 유세는 미래통합당 후보 추가공모에서 단수 추천을 받으면서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대한 많은 시민들을 만나겠다는 김 후보는 “구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실물경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면서 “오랜 세월 금오공대에 몸을 담으면서 경험한 실물경제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침체된 구미 산업과 경제를 구조적으로 혁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높은 분양가로 어려움을 겪는 5공단 활성화의 해법은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하는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시켜 공장을 들어오도록 하고, 통합신공항과 관련된 해평 일대를 신공항 허브도시로 건설하면, 5공단 중심의 하늘길, 땅길, 철길 입체교통망이 구축되면서 구미 산업이 활성화된다”말했다.

김 후보는 야당의 후보답게 정권 심판론도 거론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3년을 심판하겠다. 소득주도정책으로 경제는 폭망하고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고, ‘정권 지키기 도구’로 전락한 법치의 실종으로 국민은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 굴종적 대북정책으로 안보 불안은 더욱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미래통합당과 김영식의 승리가 정권교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대표선수 김영식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김영식 후보는 구미를 방문한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에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종로구 총선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의 지원유세 전국투어에 대해 ‘이미 선거에 이기기나 한 것처럼 대선 행보를 한다’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며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한 데 이어 이낙연 후보까지 구미에 온 것은 보수가치를 생명으로 여기는 구미 시민을 우습게 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김봉교 후보는 이날 오후 인동장터에서 유세전를 펼쳤다. 지역의 가장 큰 문중의 하나인 선산 김씨인 김 후보는 도의원 3선 경력의 지역 터줏대감임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는 “저야말로 진짜 구미사람이면서 진짜 보수 후보”라고 강조하면서 “많은 분들이 저에게 표를 주면 보수표가 분열돼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걱정하시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보다 진짜 구미사람, 진짜 보수 후보에게 표를 주면 저 김봉교가 당선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봉교 후보는 “총선 때마다 자행되는 전략공천 파행을 심판해 달라”고 밝혔다.

김봉교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구미을 전략공천을 받은 국회의원이 구미와 경북에 치명상을 안길 수밖에 없는 국가 균형 발전법 개정안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국가 균형 발전 개정안이 통과되는 만큼 구미는 우리의 신성장 동력인 공공기관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공천 받은 국회의원이 임기 내 KTX 구미 유치, 5공단 분양가 인하, 식품 연구원 건립, 구미형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결국 헛공약으로 끝났다”며 “이는 전략공천을 준 중앙당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민심을 경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김락현·박형남기자

    김락현·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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