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예천·울릉 등 도내 곳곳
작년말 기준 1만2천여 채 집계
화재·붕괴위험에 미관까지 헤쳐

방치되고 있는 예천지역 빈집. /예천군 제공

상주시와 예천군, 울릉군 등 경북 시·군 농어촌 곳곳에 빈집이 방치되고 있어 화재와 붕괴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범죄 가능성을 높이는데다 야생동물 출입과 쓰레기 등으로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과 농어촌경관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빈집은 1년 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주택을 말한다.

울릉도 제2관문으로 강릉, 포항, 독도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동해안어업전진기지 저동항 입구와 섬 일주도로변에는 쓰러져가는 빈집이 수년에서 수십 년째 방치되고 있다.

저동항 입구에 방치되고 있는 빈집들은 지붕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창틀도 파손돼 빼대만 남아 있다.

이 지역 빈집들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아 가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바람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가옥과 소를 키우기 위해 만든 외양간 등은 기둥만 서 있고, 양철로 된 지붕은 녹이 슬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폐가는 우리가 처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대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예천군에도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빈집들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3일 군에 따르면 농촌을 떠나는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농촌 빈집이 한해 수십 채씩 늘어 760채에 이르고 있다.

예천읍 시장통 아파트 주변의 1층 슬레이트 주택은 10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 출입문은 파손돼 있으며, 방안에는 캔, 과자봉지, 술병 등이 널브러져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빈집 주변에는 밤늦은 시간 청소년들의 고함소리가 자주 들린다.

인근에 살고 있는 백모(69)씨는 “범죄와 화재 불안 때문에 밤이 되면 빈집 주변에 얼씬도 안 한다”고 했다.

도내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상주시에는 13일 기준 1천328동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상 수치일 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빈집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빈집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처럼 빈집이 양산되는 이유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0% 전후의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생산인구보다 사망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상주시의 연간 사망자수는 작은 면 하나 소멸되는 1천260여명인데 반해 신생아 수는 470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부부 혹은 혼자 살던 노인들이 건강이나 부양 등의 이유로 요양시설에 입소하거나 경제·교육적인 문제로 가족 전체가 도시로 이주하는 사례 등도 허다해 빈집이 생겨나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빈집의 지붕 재질은 대부분 발암물질이 함유된 슬레이트로 덮여 있고, 들고양이 등의 서식처가 되고 있는가 하면 우범·탈선장소로 이용될 소지가 높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은 잡초가 무성하고 곳곳에 부패가 진행되는 등 위생상에도 적잖은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시는 2016년과 2017년 40채씩, 2018년 50채, 2019년 90채의 빈집을 정비했으며, 올해 2억5천900만원을 들여 270채를 정비할 계획이다.

13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농어촌지역 방치되는 빈집은 지난해 말 기준 1만1천876채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7천814채와 비교하면 1년 사이 무려 4천62채(51.98%)나 증가했다.

시·군별 농촌지역 빈집은 상주시가 1천328채도 가장 많았고, 김천시와 안동시, 의성군이 각각 1천200채 정도로 뒤를 이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방치 중인 빈집의 70% 가량이 안전과 위생 등의 이유로 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민들은 “급증하는 빈집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인구감소시대 늘어나는 빈집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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