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 글은 머리(head)로 쓰는 게 아니란다. 마음(heart)으로 쓰는 거지. 먼저 그냥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 아니야. 글이 글을 쓰게 하는 거라고. 생각은 나중에 글을 고칠 때(rewrite) 하는 거란다.”

짧지만 강렬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3분쯤 보여주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죠. 저 역시 작가로 데뷔하고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할 때, 자말과 포레스터의 이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대목을 강조합니다.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을 잘 정리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멋진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깝지만 - 많이 쓰는 것입니다.

몇 글자라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종이에 적힌 글씨를 보면서 그때부터 생각이란 녀석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시작합니다. 즉, 생각이 글을 낳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글이 글을 낳게 하는 겁니다.

그 최초의 글 몇 자가 생각을 불러오고, 생각이 다시 글을 낳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거죠. 글쓰기에서 중요한 원리입니다.

시인 이성복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인은 철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철학자가 하게 내버려 두고, 시인은 언어로 언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철학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로 시를 써야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약해지지 마’ 라는 시집으로 돌풍을 일으킨 여류 시인이 있습니다. 일본 열도가 그녀의 시에 열광합니다. 시바타 도요 시인은 아들 권유로 92세에 첫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00세 할머니입니다. 틈틈이 끼적인 시들을 차곡차곡 모아 장례 비용으로 준비한 100만 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지지 마’을 출판합니다. 일본 출판계가 깜짝 놀랍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