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

이달 초부터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됐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의 사스나 신종플루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대규모의 집단감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개학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이버 세계라도 없었다면, 개학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보화에 힘입어 가상의 세계가 열리면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기반 인프라가 사이버 공간에 의존한다.

대학의 경우 정보화시대의 개막 이후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대학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진학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들의 학위취득, 자격증취득 등 다양한 재교육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대학의 위상과 일반인들이 대체로 기존의 대학들이 주류라는 생각하는 데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이번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교 개학의 연기와 이에 따른 온라인 강의의 제공으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그 역할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반대학이든, 온라인 대학이든 그 운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보완이 있어 준다면, 첫째, 대학진학 인구의 부족에 따른 학생모집, 둘째, 학생들의 취업을 제고하기 위한 전환, 셋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학생 유치, 넷째, 사회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이나 학과 및 전공들은 이미 축소, 통합, 폐지 등 존폐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동조하는, 아니 시대의 흐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방향으로의 교육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온라인에 기반한 교육으로서. 그 백미(白眉)는 바로 온라인에 기반한 다양한 융복합전공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온라인에 기반한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여 사회에서 즉각 필요로 하는 융복합전공을 주도적으로 설계, 운영해 나가도록 한다. 예를 들어, 내 꿈이 사이버 경찰이라면, 경찰행정과 전산, 정보보호 과목을 수강하면서 내가 융복합전공을 운영하면 된다. 국내에 베트남어학과가 개설된 대학교는 세 군데이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다면, 베트남어 과목을 제공하는 대학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학점을 따면 된다. 그렇게 하나씩 스펙을 갖추어 가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다시 공부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없이 말이다. 온라인 로스쿨과 야간대 로스쿨은 민주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기대가 된다.

앞으로 각종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상시적으로 병행, 내지 통합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급변하는 사회가 생물(生物)이라면, 대학과 전공도 같이 생물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전통적인 하나의 학과나 전공이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학생도 생물이 되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사회와 현실에서 필요한 융복합적 지식과 전공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