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곳곳에 폐기물 22만t 방치
보관량 넘긴 처리업체 잠적 등
행정조치명령도 소용없어 문제
내달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
책임 범위 확대·대집행 가능해져

경북지역 시·군들이 농촌지역 문 닫은 공장이나 산업단지 내 등 곳곳에 방치된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허가를 받아 폐기물을 처리하다가 법정 물량을 넘겨 보관하던 중 문을 닫거나 빈 공장 등을 빌려 폐기물을 무더기로 쌓아둔 뒤 점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방치된 폐기물이 강풍에 주변으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악취를 풍기는 등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12일 경주시에 따르면 강동면과 외동면 등 경주 외곽지를 중심으로 9곳에 폐기물이 쌓여 방치되고 있다.

시는 폐기물을 하루속히 처리하도록 업주를 상대로 행정조치명령을 하거나 고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제재에도 모른 체하거나 무시하고 잠적하는 업주가 많다고 시는 설명했다. 일부 업주는 행정조치명령에 따라 폐기물을 치우다가 다시 몰래 갖다 놓기도 하고 영업정지기간을 넘긴 뒤 다시 들여놓는 방식으로 더 많은 폐기물을 쌓아두기도 한다고 했다.

시는 폐기물 관련 민원이 잇따르는 만큼 우선 처리한 뒤 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곳에 다양한 처분을 하고 있지만, 밤새워 지키고 있을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의성군도 17만여t 방치된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업체는 2008년부터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서 폐기물재활용사업을 하며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쌓아왔다. 20여차례 행정처분에도 행정소송 등으로 맞서며 폐기물을 반입하고 방치하는 동안 17만3천t의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

군은 지난해 260억원을 확보해 쓰레기 산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들어갔다. 현재 폐기물은 40%가량 처리된 상태다.

대구지법 의성지원은 지난달 말 폐기물관리법 위반,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 부인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들에게 각각 추징금 13억8천800만원을 선고했다.

군은 지난 1일 쓰레기 17만3천t을 방치한 A씨 등 2명의 재산 27억여원을 압류조치했다. A업체는 처리 의무자로서 방치폐기물 행정대집행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A씨 등의 횡령으로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다.

군 관계자는 “A씨 등이 법인에 돌려줘야 할 범죄피해 재산 27억여원이 행정대집행 비용으로 쓰일 수 있도록 압류했다”며 “A업체가 재산이 없어 폐기물 처리비용 260억원을 모두 돌려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경북지역 방치 폐기물은 지난해 말 기준 17개 시·군 57곳 36만t에 이른다. 이중 12일 현재 13만6천t이 처리됐으나 22만4천t은 방치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불법폐기물발생 예방을 위한 합동점검, 투기예방 단속·홍보(현수막, 웹홍보물)을 강화해 왔다”며 “이 결과로 올 1월 칠곡군에서 2명의 폐기물 불법투기범이 검거됐고, 같은 달 영천과 상주에서 폐기물투기 조직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이 오는 5월 27일부터 시행되면 고의 부도를 내고 사라지는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군 관계자들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시행에 이어 지속적 지도단속과 주민들의 제보는 폐기물 무단 방치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양도·양수, 합병·분할 등에 사전 허가제를 도입했다.

고의 부도를 내고 사라지면 종전 명의자가 쓰레기 처리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불법폐기물 처리 책임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운반자에게도 주의 의무를 강화했다.

보관량이 초과돼 행정당국이 영업정지나 처리명령을 해도 업자가 행정소송과 가처분(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행정조치를 무력화하며 쓰레기를 계속 들여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반입금지 명령을 신설했다.

현재 과태료로 규정된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기준 위반 행위는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상향됐고, 불법폐기물로 얻은 부당 이득액에 대해서는 3배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긴급한 경우에는 조치명령 없이 바로 행정당국이 쓰레기를 치우는 대집행을 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업체는 폐기물관리시스템(‘올바로’)에 계량값, 위치정보, 영상정보 등 폐기물처리 현장정보를 입력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자격·능력을 점검받아야 한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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