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범여권 최고의 궤변 기술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15 총선 결과를 ‘민주당 180석’으로 예측했다. 대중이 이기는 쪽에 줄 서고 싶어 하는 밴드웨건(Bandwa gon·편승효과)을 노린 꺾기 기술에 들어간 모양새다.

선거 막바지 미래통합당은 화들짝 노란 표정이다. 당초 130석이 목표라고 밝혔던 제1야당 통합당은 민주당 대승론에 “섬뜩한 일을 막아야 한다”며 언더독(Underdog·동정표) 전략을 이어갔다. 여론조사 공표일 직전까지 발표된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의 강세는 역연했다. 다만 각 지역구 지지율 트랜드(흐름)에서 많은 야당 후보의 상승세 또한 감지된 것도 사실이다.

섣불리 예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체면 불고하고 두 개의 통발(비례 위성 정당)까지 장만한 민주당의 작전은 일단 성공적으로 읽힌다. 반면에 통합당은 호재들을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총선 너머 대선까지 함수로 놓고 휘두른 황교안 대표의 서툰 공천작업부터 패착이었다.

이번 총선은 소득주도성장 파탄·조국 사태·공수처법·탈원전·386 집권세력의 위선과 몰염치·통일정책 혼선·국민 분열 심화 등 문재인 정권의 기록적인 실정(失政)에 대한 예리한 심판이어야 맞다. 그러나 민주당은 잃었던 호남을 전면장악하고 전염병 사태를 극적으로 이용해 민심 틀어쥐기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코로나19’ 창궐 사태에서 확실히 남다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들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잘 대응해왔는지를 반증한다. 우리의 선방은 의료시장의 오랜 자유경쟁과 전면적 의료보험이 길러낸 수준 높은 의료기술, 그리고 의료진의 놀라운 헌신성과 온 국민의 감동적인 의병 정신이 합작해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 열매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몽땅 가로채어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끝내 차단하지 않은 미심쩍은 아집을 포함하여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이 정부가 잘못한 일은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진보 논객들마저 문 대통령이 ‘야당 복’에다가 ‘코로나 복’까지 타고났다고 찬탄하고 나설까.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50%를 훌쩍 넘어서서 고공행진 중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21대 총선’ 두 전쟁의 양상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선거기간 내내 전국을 운동복 입고 혼자서 달음박질하고 다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예언은 끔찍하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정부·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공작과 술수를 다 동원”하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묻힐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말 그의 예언대로 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실로 절망적이다. 표심은 이미 다 갈렸고, 이제 샤이(shy)보수의 선택만 남았다. 대략 25%로 헤아려지는 부동층 가운데 숨어있다는 7~12%가량의 샤이보수는 과연 움직여줄 것인가. 총선의 본질인 ‘견제와 균형’ 정신은 막판에라도 살아날 것인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