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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김석기, 정권심판·경제회복 내세우며 지지 호소
무소속 정종복 “당선 후 복당…민심 저버린 공천 심판을”

경주시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정종복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경주시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정종복 후보가 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대구·경북에서 가장 ‘핫(Hot)’한 선거구는 단연 경주다.

1천년 신라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경주시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현재 총 6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동과 함께 경북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여당과 야당을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에서 각각 1명의 후보를 낸 데 이어 군소정당인 민생당, 정의당, 국가혁명배당금당에서도 후보를 1명씩 추천했다. 소속된 정당과의 이해관계에 얽혀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도 2명이었지만, 지난 10일 무소속 김일윤 후보가 사퇴함과 동시에 6명이 됐다.

투표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현재 판세는 2강 1중으로 평가된다.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구사일생한 미래통합당 김석기 후보와 공천 배제 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종복 후보의 2파전에, 여당 프리미엄을 안은 정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바쁘게 뒤쫓고 있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공개가 금지되면서 ‘깜깜이 선거’가 된 지난 9일, 경주시 선거구의 2강으로 분류되는 미래통합당 김석기 후보와 무소속 정종복 후보는 공교롭게도 각각 자신의 고향을 찾아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다지는 데 첫 발자국을 뗐다.

미래통합당 김석기 후보는 “4년간 10차례나 의정활동을 잘했다고 상을 받았다”며 ‘인물론’을 펼치고 있다.

김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경주시 안강읍을 찾았다. 김 후보는 5일장이 열린 지난 9일 오전 불국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한 뒤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안강 시장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현장에는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리했다.

유세차량에 올라 청중들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은 “제가 안강 4리에서 태어났다. 고향을 생각하면 참 따뜻하고 편안하다”였다. 그는 현장에서 “4년간 10차례나 의정 활동을 잘했다고 상을 받았다”면서 “특히, 신라왕경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지역에 앞으로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된 김 후보는 이날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안강시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악수가 아닌 주먹 부딪히기로 유권자들과 인사한 김 후보는 유세차량에 오른 뒤 “지역을 위해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선거 기간 내내 타 후보들이 김석기를 끌어내리기 바쁜 와중에도 김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후보는 미래통합당 공천이 결정된 이후 줄곧 ‘정권심판론’과 ‘지역 경제 회복’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날 안강 시장에서의 유세 현장에서는 대부분 시간을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할애했다. 김 후보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왕따가 됐다”면서 “감염병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물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현 정권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미래통합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며 “오는 15일이 바로 문재인 심판 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지역 경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 재선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힘있는 재선의원이 돼 정권 교체와 지속적인 경주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자신의 7대 핵심 공약인 △재앙적 탈원전 정책 폐기와 관광활성화를 위한 문무대왕 수중릉 일원 성역화 사업의 조속한 추진 등을 약속하고서 다음 유세현장으로 이동했다.

무소속 정종복 후보의 상징은 ‘황소’다. 그의 유세차량에는 일반 성인 남성의 배 이상 큰 황소가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그의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 역시 ‘황소 일꾼’이다. 정 후보를 비롯한 선거인단은 유세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한다.

지난 9일 오전 경주시 양남면 양남 시장을 방문한 정종복 후보는 코로나19로 5일장이 휴장한 가운데서도 시장 주변의 커피숍과 주택가를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했다. 직전까지 경주시 안강읍 풍산금속 앞에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출근인사를 하고 온 정 후보는 쉴 틈없는 일정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고향주민들이 와달라고 해서 왔다. 고향이 바로 양남면 수렴리”라면서 “오전에는 양남을 중심으로 양북, 감포를 돌아다니면서 선거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선거 정책은 크게 ‘공천 심판’과 ‘당선 후 복당’으로 분류된다. 정 후보는 이번 공천을 실패로 지적하면서 “당선 후 복당하겠다. 지역 민심을 저버린 공천을 심판해달라”고 공공연하게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 역시 ‘보수대표 무소속’후보로 자신을 알리고 있다.

 

경주시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석기 후보가 경주시민들과 악수 대신 주먹 맞대기 인사를 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경주시선거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석기 후보가 경주시민들과 악수 대신 주먹 맞대기 인사를 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최근 정 후보 측 캠프의 기세는 말 그대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래통합당을 탈당한 박차양 경북도의원과 김동해 경주시의원이 지난 6일 정종복 후보를 지지선언하면서부터다. 지난달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번복으로 고배를 든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과 김원길 미래통합당 중앙위분과위원장의 지지자들이 정 후보 측으로 돌아선 데 이어, 현역 시·도의원까지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군을 얻은 정 후보 측 캠프는 현재 집단 유세만큼이나 지역 곳곳을 살피면서 농촌 민심을 다잡고, 지역 여건에 맞는 현실적인 정책 제안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동시에 각계 기관·단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신의 선거 공략 소개와 함께 공천의 불합리함을 피력하고 있다.

정 후보는 “읍·면지역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만나면서 지역 민심을 얻는 데 노력하고 있다”면서 “당보다는 인물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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