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포퓰리즘의 역사는 길다. 정치에서‘포퓰리즘’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인민당(Populist Party)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정권이 대중을 위한 선심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사건 이후부터다.

4·15총선을 며칠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방식이든 돈을 나눠준다면 포퓰리즘이 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상권붕괴 등으로 인한 피해를 다소나마 보전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바로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수혜자로 잡은‘소득하위 70%’선별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본인의 소득이 어느 정도 순위인지 모른다. 재산은 많지만 소득이 작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에는 지원 규모가 너무 적다.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이면 1인 단위로는 25만원에서 40만원 정도다. 이 정도면 천재지변으로 소득을 상실한 가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 결국 지원 대상을 선별하느라고 늦게 줘서 불만을 사기보다는 모든 시민에게 빨리 지급해주고, 고소득자들로부터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것이 지원금의 취지에 맞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전국민에게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즉각 지원하자는 입장을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포퓰리즘의 파괴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반면에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소득 하위 70%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더니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면서“이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질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기득권 양당의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원을 뚜렷한 기준 없이 전국민에게 나눠주는‘묻지마’지원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정부여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혈세로 마련한 재원을 배분하려면 좀더 신중하게 배분대상과 금액, 배분목적 등을 명확히 규정,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