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온라인 개학 오늘부터
학습관리시스템 다루기 쉽잖고
접속 과부하땐 서버와 단절도
수업 방식·도구 처음 하는 경험
교사·학생 모두 혼란 빠질 우려

9일을 기점으로 교육 현장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동안 교실에서 이뤄졌던 가르침과 배움이 이날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여전히 포항지역 교육 현장에서는 인프라 부족과 원격수업 기준 미비로 교육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관련기사 12면>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하고, 지난 7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학교 현장에는 준비기간 일주일이 주어졌지만, 모든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보니 가르침과 배움에 쓰이는 도구부터가 말썽을 부리고 있다.

교사들은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을 예견했다. 대표적인 걱정은 학습관리시스템(LMS) 운영이다. 원격수업 유형에 상관없이 교사가 학습자료와 과제를 공지·공유하고 출석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교육 당국이 제공하는 LMS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IRS)의 e학습터와 EBS의 온라인클래스가 있다. 각 사이트 콘텐츠와 수업을 연계해 학생 진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동시 접속자가 많으면 서버 연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e학습터에서는 지난 3일 새벽 2시부터 밤 9시 사이에 교사들이 업로드한 자료가 모두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시간대 접속인원은 약 8만명. 교사들은 이 시간대에 각자 개설한 온라인 학급방에 올린 학습 자료와 강의계획서, 과제를 전부 잃었다.

EBS 온라인클래스 역시 접속이 원만하지 않다는 민원이 나온다. 지난달 23일에는 EBS 온라인특강에 접속자가 몰려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한 일도 있었다.

포항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교사들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연배가 있는 교사들은 원격수업은 물론이고 LMS도 처음 접하다 보니 원격수업 운영 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에 쓸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교사들이 걱정하는 불안 요소다. 교육 당국은 미국 업체가 만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이 다루기 쉽고 기능이 다양하다는 이유로 권장했는데, 최근 미국에서는 줌의 보안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사용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내 상당수 학교는 인프라 문제 때문에 아예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원격수업을 위한 교육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학생들이 온라인 교실을 학습 공간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벌써부터 학교별 또는 학급별 수업 유형을 비교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교육 불신만 키울 것이라 교사들은 예상한다.

산자연중학교 이주형 교감은 “교육부의 통일성 없는 교육 정책으로 개학을 앞두고 온라인 수업에 집중해야 할 교사들이 원격수업 시스템 연구 때문에 지쳐버렸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 일괄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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