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워싱턴포스트지가 미국 스스로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가진 국가’라고 혹평했다.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대통령은 나라의 이익을 국가 운영의 중심에 뒀다. 상생과 협력이 필요한 가닥에도 자국의 이익에만 초점을 뒀다. 코로나19의 도전은 글로벌 지평 어느 나라도 예외로 남기지 않는다. 국경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모든 나라가 같은 숙제를 한다. 외교와 통상뿐 아니라 의료와 과학에도 호혜적 협력이 필요함이 분명해졌다. 나라마다 발전과 번영을 도모하며 경쟁력을 쌓는 일에 집중하였지만, 이제 ‘장벽과 빗장’은 힘을 잃었다. 나만 잘 살면 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 혼자 잘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

‘국가브랜드지표’를 통해 나라들의 경쟁력순위를 발표해 오던 사이먼 앤홀트(Simon Anholt)가 ‘좋은나라지표(Good Country Index)’를 개발했다. 모든 영역에서 전 세계를 품는 인식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나라들이 얼마나 부강한가를 살피기보다 그들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나누는가를 분석했다. 과학·기술, 문화·전통, 국제관계, 세계질서, 지구·환경, 번영·평등, 그리고 건강·복지의 일곱 분야에서 나라들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했다. 조사대상 153개국 가운데 한국이 26위, 미국과 러시아가 40위와 41위, 중국은 61위이며 일본이 24위라고 한다. 1위는 핀란드가 차지했으며 호주, 불가리아와 싱가포르 등이 우리보다 앞에 보인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 지표향상에 반영될 것이다.

글로벌환경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나라가 잘돼야 하지만, 우리만 잘살아도 안 되는 것이다. 홀로 버텨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함께 일어서는 일이 보다 시급하다.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우리는 후보가 지역이기주의에 몰두하고 있는지 아니면 너른 글로벌 지평을 바라보고 있는지 가늠해 보아야 한다.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이 있어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동네가 있어 온 나라가 편안한 지역에 살고싶지 않는가. 국가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내 나라와 우리 지역에만 관심을 가진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그들의 시선이 멀리 가 닿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들에게 밖을 보기보다 우리만 생각하도록 고집하지 않았는가. 시선의 지평이 짧았던 것은 우리들 자신이 아니었을까.

섬처럼 버텨낼 나라가 없고, 홀로 성공할 사람이 없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차고 넘친다. 지구온난화, 인권문제, 인구문제, 테러와 폭력, 환경보존, 생태계보호, 무기감축 그리고 이제 감염병확산까지. 어느 한 가지, 힘센 나라가 홀로 풀어낼 과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에도 능하지만, 상생에도 든든한 나라가 돼야 한다. 홀로 있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함께 있을 때 믿음직한 나라가 돼야 한다. 이왕이면 ‘좋은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