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이 조금 회복한 사내는 무언가 하고 싶어집니다.

어린 시절 주일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눈빛 맑은 청년을 기억합니다. 그가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동화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틉니다.

글쓰기라고는 배워 본 적 없습니다.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아픈 몸을 달래 가며 한 줄 한 줄 씁니다.

작품을 완성하면 신춘문예에 응모합니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탈락 후 전달해 주는 심사평을 스승 삼아 자신의 글을 다듬습니다. 그런 숱한 노력 끝에 죽음과 싸워가며 쓴 이 남자의 동화 한 토막, 결말 부분에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

“밤이 되자,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나왔습니다. 반짝반짝 고운 불빛은 언제나 꺼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다음날이면 역시 드높은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강아지 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 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

‘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선생 이야기입니다.

1973년 1월 권정생의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신춘문예에서 상을 받아 동화작가 반열에 오릅니다. 한 남자가 권정생의 글에 흠뻑 취합니다. 그가 풀어내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반해 권정생을 찾아갑니다.

이 남자는 권정생이 일본에서 귀국한 후 잠시 머물던 마을의 주일학교 교사였습니다. 그가 바로 이오덕 선생입니다. 두 사람은 이후 평생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이오덕 선생과의 만남 이후 권정생의 삶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비록 시골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일하는 비천한 신세였지만 글을 쓰면서 완전한 자유를 누립니다. (계속)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