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진<br>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박화진
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커피. 커피가 우리의 일상을 차지한지 오래다. 손에 커피를 들고 식후 시간을 나누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도시의 한 풍경이 되었다.

들녁에서도 막걸리로 축이던 목을 커피로 대신하고 있으니 커피제국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커피의 최초 발견은 에디오피아. 염소가 따먹는 열매에서 발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카커피’는 예멘 모카항을 경유하는 커피의 대명사였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에 가서는 비엔나커피를 주문하면 모른다고 한다. 아인슈패너라고 해야 한단다.

이슬람 음료였던 커피를 기독교인들은 초기에는 ‘악마의 음료’라고 금지령을 내려 못 마시게 하려했으나 오히려 교황이 맛을 보고 세례를 주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터키에서는 남녀가 선을 보는 자리에 대접하는 커피 맛으로 혼인을 맺을지 의사표시를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의 커피는 남북전쟁 당시 군용품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각성효과와 잠을 쫒아 병사들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미국 커피박물관에는 소형 커피드립기를 장착할 수 있는 소총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커피는 중요한 군용품이었던 것이 맞는 것 같다.

커피 이름에는 에스프레소(빠른제조), 카푸치노(머리두건), 마키아토(얼룩진), 아보카도(퐁당 빠진 덩어리) 등등 이탈리아어가 많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에스프레소를 커피의 원형으로 알고 마신다.

미국사람들이 물을 타서 연하게 마시는 것을 보고 아메리카노라 불렀다는데 고증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한 겨울에도 한국 젊은이들의‘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마시기는 또 다른 패기와 발랄함이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 카페는 초창기에는 사회적 논쟁과 교류의 장이었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카페 드 플뢰르에서 사유하고 볼테르가 하루 40잔씩 마시며 혁명의 이념을 고뇌한 곳도 커피를 마시는 공간 카페 드 프로코프였다.

학생들의 공부방이 되어 여유보다는 치열한 삶의 전투장으로 변해가는 오늘날 우리의 카페모습과 대비된다.

커피에 대한 느긋한 인문학적 고찰에도 불구하고 아동착취나 문화제국주의와 같은 그늘짐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커피전문점 개업에 대한 규제를 알게 되고부터 마냥 호사를 부리기에는 마음 한 곳에 무거움이 있다.

시장점유율이 확장일로에 있는 외국 유명브랜드 커피전문점은 직영체제로 거리제한 없이 개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맹점 체제인 국내 토종 브랜드 커피전문점은 골목상권 보호차원에서 신규 지점 개점은 기존 점포와 거리제한을 두고 있어 고전을 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 것이다.

선거철이다. 선량후보자들이 ‘손톱밑가시’, ‘전봇대’라며 규제철폐를 외치는 화려한 수사로 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위한 진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커피전문점 개업규제처럼 짧은 지식이지만 알고 나면 단순하게 즐기며 마시는 커피라도 의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토종 커피브랜드는 어떤 게 있는 거지? 다 외국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