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불법 정치자금 축소 등을 명분으로 지난 1980년부터 시행되어온 제도다. 선거보조금은 정당의 보호와 육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규정에 의해 공직선거가 있을 때에 지급한다. 따라서 선거가 있는 해마다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을 대상으로 경상보조금 지급기준에 따라 후보 등록 마감일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제21대 4·15총선에 여야 12개 정당에 선거보조금 440억7천여 만 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선관위는 정치자금법 제26조에 따라 전국 253개 지역구의 30%(76명) 이상을 여성 후보로 낸 당에게 지급되는 여성추천보조금을 77명의 여성후보를 낸 국가혁명배당금당에게 보조금으로 8억4천 여 만 원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4·15 총선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여당과 범여 군소정당들이 야합한 4+1협의체라는 정치구조로 선거법인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21대 국회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제1야당을 뺀 채 통과시켰다. 이 꼼수정치의 결과로 태어난 것이 바로 거대 양당의 2중대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230억 원의 선거보조금과 양당의 위성정당까지 포함하면 무려 300억 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받게 된다. 문제는 정당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급하는 선거보조금이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꼼수 위성정당에도 돌아간다는 점이다. 위성정당 후보들이 총선 후 통합 혹은 모 정당으로 복귀를 공언하고 있어 거대양당은 위성정당 몫인 85억 원에 달하는 선거보조금을 사실상 편취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게 정지되고 전 국민이 절박한 생계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양당은 국민혈세인 선거보조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선 벌써부터 무급휴직과 정리해고 바람이 시작됐고 영세소상공인은 당장 임대료조차 낼 여력이 없어 연쇄폐업 우려까지 나오는 등 당장의 생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이 편법적으로 수십억의 선거보조금을 챙기는 것은 전염병과 사투하며 시름하는 민생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선관위가 법의 취지와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법에 명시된 기준만을 적용해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는 행태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남성중심의 정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규정한 정치자금법을 악용한 ‘허경영당’으로 불리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여성추천 보조금 8억4천만 원을 싹쓸이한 것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배분자격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선거보조금을 마구 지급한 것이다.

국고보조금은 수 만원을 부당수령해도 고발되거나 환수되는 것이 당연한데, 수십억을 편취해 가는 정치행위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치에는 룰과 시스템이 없고, 국민세금은 감사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없다. 결국 그 돈은 당권파의 쌈짓돈이 된다.

권한과 권리는 줄이고 싶지 않고, 의무나 책임 그리고 감시는 피하려고 하는 국회의 막장정치에 선관위가 만든 막장선거판이 아수라장을 만든 것이다. 눈 먼 돈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영원한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