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재 철

장맛비 그치고

햇빛 쨍쨍한 한낮에

아래 소락떼기 마을

상여 하나 떠간다

어이 어이 어이야 어야 어야

호박잎은 오갈 데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잎을 축 늘이고 있는데

하늘로는 연습 비행기 한가롭게 날고

매미는 울고

철 늦은 석류꽃은 저 혼자 붉은데

노오란 햇빛 속을

상여 하나 떠나간다

어이 어이 어이야 어야 어야

벌써 슬레이트 지붕은 훅훅 달아

나도 산 그늘이나 찾아갈까

차라리 땡볕에 호미질이나 할까

땀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꿈속인 듯 멀어지며

상여 하나 떠나간다

어이 어이 어이야 어야 어야

한여름 들판에서 일하는 시인과 상여 하나가 떠나가는 풍경을 본다. 삶과 죽음이 적막 속에 어우러짐을 본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는 연습 비행기와 느리디 느리게 들판을 건너가는 상여를 대비시키며 엄청나게 가속도가 붙어가는 현대문명에 대한 경계와 함께 상여가 떠가는 들녘에 흐르는 느린 시간을 옹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