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17∼18세기 유럽의 시민혁명은 절대주의를 붕괴하고 민주주의를 불러왔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정치 참여권 부여는 한참 뒤에 이뤄진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가 여성의 참정권을 막았던 것이다.

1893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다. 이후 1902년 호주, 1906년 핀란드 그리고 미국은 1920년 남녀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주었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정신에 기초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 국민심사권, 공무담임권 등이 해당한다.

봉건사회에서 일부 돈 많은 부유층이 누렸던 참정권은 시민혁명이란 고난의 역사를 뚫고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돌아 온 권리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그래서 참정권을 정치적 자유권이라고도 부른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참정권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

총선을 10여일 앞둔 가운데 코로나 예방을 이유로 확진자 일부의 투표권이 제한된다는 소식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로 치료중이거나 자가격리중인자,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과 유학생 등 선거권 제한에 묶인 사람이 줄잡아 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국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그들의 바깥 활동이 일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솔한 선거권 제한이라며 헌법소원도 냈다. 정부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쏟아진다.

정부의 졸속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국민의 참정권을 짓밟은 것이다. 당장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